조선후기필사본한문소설집 <선현유음>

2008. 8. 14. 20:36간호윤의 책들/아름다운 우리 고소설(2010년)

선현유음

저자 간호윤 | 출판사 이회문화사 , 2003.

소설 > 한국소설 > 고전소설


♧ 저자 소개

간호윤
경기 화성 출생(1961)으로 순천향대학교(국어국문학)와 한국외국어대학교(국어교육학)를 거쳐 인하대학교(국어국문학)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생전


운영전


최현전


강산변


상사동기


왕경룡전


최척전


최선전




 출판사 서평

『朝鮮後期 漢文傳奇小說筆寫集 先賢遺』은 17세기 경으로 추정되는 한문전기소설필사집을 影印, 飜譯하고 論文을 덧붙인 책이다.


이 소설집에 필사된 작품은 ·······으로 8편인데, 대부분 17세기나 그 이전 작품들이다. 『선현유음『의 발굴은 17세기 중엽 이후 한문소설의 轉寫와 流傳이라는 측면에서 또 ‘小說集의 同期化’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귀중한 자료집이다. 특히 필사자는 다부진 소설 의식으로 ‘애정’과 ‘재미’라는 점을 銳角化하여 選集 필사하였음을 유의한다면 조선 중기의 소설 의식이 예사롭지 않은 단계에 이르렀음을 쉽게 알 수 있게 하는 반증이다. 이러한 객관적 사실로 미루어, 『先賢遺』이 이미 17세기 우리 古小說史에서 자리매김이 오롯함을 알 수 있다.

이 필사본은 필자의 스승이신 故 金基鉉 敎授님께서 고소설을 공부하는 제자에게 생전에 주신 책이다. 선생님께서 永眠하시자 어떠한 식으로든 이 자료를 공간하고 싶어 바로 이 작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마쳤다. 번역은 직역을 하여 원문을 손상시키지 않으려 하였으며, 과 을 제외한 6 편은 異本과 校勘을 하였고 8편에 대한 해제를 겸하여, 『先賢遺音의 小說史的 意義 考』이라는 글을 덧붙였다. 『先賢遺音의 小說史的 意義 考』에서는 『선현유음『이라는 小說集의 總體性에 주목해 보았다.

『선현유음『은 小說集으로서, 또 個別 作品으로서, 이미 ‘各篇으로서의 意味’를 우리 古小說史에서 충분히 지니고 있다. 하지만 소설집으로서 학계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기에 아직 그 완전한 실체를 짐작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논문형식을 염두하고 길게 썼다. 따라서 『先賢遺音의 小說史的 意義 考』의 주목적은 17세기 고소설사에서 『선현유음『의 意義 고찰이다. 8편 모두를 대상으로 하되, 指向點은 『先賢遺』의 小說史的 意義를 도드라지게 하는데 집중하였다. 논의한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Ⅰ. 筆寫者와 筆寫時期에서는 『선현유음『이 왜 17세기의 작품인가를 살폈다. 『선현유음『은 필사자를 알 수 없기에 학계 모두의 동의를 이끌어 낼만한 定說은 없다. 그렇다고 논의를 피할 수도 없는 것이기에 구구하나마 필사자와 필사시기를 糾明해보려 하였다. 이를 통하여 대략 이 소설집이 17세기경에 필사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Ⅱ. 異本批評을 통해서 본 意義에서는 이미 알려진 6편의 작품을 대상으로 이본 교감을 통해 『선현유음『의 위치를 가늠해 보았다. 지면도 문제였거니와 역량 부족으로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善本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이본 對比를 통하여 『선현유음『에 필사된 작품들은 대략 先本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앞으로 『선현유음『에 필사된 작품들은 이본으로서 한 몫을 담당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언급한 고소설의 작자에 관한 문제는 좀더 치밀한 고찰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본 교감을 하는 동안 원문이 입력된 작품 중에 誤入, 脫字, 闕字 따위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의 善本 問題와 · 따위의 작가 검토 등이 더욱 필요함도 밝혔다.

 Ⅲ. 을 통해서 본 意義는 이미 발표된 논문을 정리한 것이다. 이 장에서는 이 갖고 있는 17세기 애정전기소설의 프리즘을 통해 『선현유음『의 總體性에 접근해 보았다. 에서는 17세기 전기소설로서의 고민을 뚜렷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것은 애정전기소설과 국문소설, 설화가 날줄과 씨줄로 촘촘히 얽혀 있다는 것이다. 에서 애정 소설의 美學 逸失에 대한 안타까움은 적잖이 복원된 것 같다. 17세기 중엽 이후, 우리 고소설사에서 장르의 力學關係와 소설의 內在的 發展에 유용한 작품이 될 듯하다. Ⅳ. 을 통해서 본 意義는 이미 발표한 원고를 수정·보완한 논문이다. 은 漁·樵系列 寓言으로 이 소설집과 성격을 달리한다. 그렇지만 필사자의 녹록치 않은 선집 잣대로 『선현유음『의 시기와 소설의식을 적잖이 살필 수 있었다. 특히 ‘漁『樵『라는 용어는 17세기라는 文化接變 현상을 擔保하고 있어 『선현유음『의 필사시기를 짐작할 수 있는 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선현유음> 신문기사 내용.

 

[출판] '선현유음' 조선후기 한문소설 번역서

스포츠서울  기사전송 2003-11-20 12:55 
인터넷 시대의 속도 경쟁은 우리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독서가 이제 생활의 한 부분이 되긴 했지만 몸과 마음의 리듬에 맞춘 책 읽기보다는 속독과 남독이 지배적이다. 일본의 저술가인 야마무라 오사무는 ‘천천히 읽기를 권함’(산타)에서 ‘책 읽기의 리듬이 살아가는 리듬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며 천천히 읽는 황홀한 독서를 강조한다.

국문학자 간호윤씨(42)가 펴낸 ‘선현유음’(先賢遺音·이회문화사)은 17세기로 추정되는 조선후기의 필사본 한문소설 8편을 번역한 책이다. 논문이 덧붙여져 있고 870쪽이 넘는 데다 양장본이어서 지레 겁을 먹을 수 있지만 논문은 뛰어넘어도 무방하다. 이 소설은 작가의 말대로 ‘조근조근’ 씹으면서 읽다보면 재미가 녹록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소개된 작품은 대부분 작자 미상이며 우화적인 이야기인 ‘강산변’과 영웅소설 ‘최선전’을 제외하면 ‘주생전’ ‘운영전’ 등 나머지 6작품이 모두 애정을 주제로 한 전기소설(전해오는 기이한 이야기)이다. 조선의 선비들은 이 이야기가 짜릿하고 재미있어 남 몰래 필사하고 누군가에게 한잔의 술에 건네줬을 것이다.

‘주생전’은 과거시험에 실패한 주생과 기생 비도, 그리고 승상의 딸 선화의 삼각애정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비도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시를 주고받으며 애정을 확인했으나 죽음으로 결말이 난다. 선화의 마음은 애초에는 주생에게 없었고 ‘그날 밤’ 이후에 생긴 것이다. 주생이 비도를 위해 지은 애끓는 제문은 사랑과 죽음에 대한 진정성을 담고 있다. 비도의 시구 ‘저물녘 봄이 와 문빗장 뽑은 게 몇 번이런가’는 사랑의 애절함을 잘 보여준다.

우리 고소설은 서구의 근대정신에서 출발한 소설처럼 플롯의 잣대를 댈 필요가 없다. 서사적 전개를 따라가면서 연애하는 장면, 바람 피우는 장면 등 상황에 충실하면 된다. 또 다른 작품인 ‘상사동기’는 ‘안고 싶어 괴로운 마음 시름은 비처럼’이라는 시구대로 춘화첩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애정표현이 꽤나 노골적이다. ‘왕경룡전’도 기생 옥단의 사랑을 소재로 한 애정소설이다. 작가가 소설마다 촌평을 달고 한문 원본 및 영인본을 붙여놓아 비교하며 읽을 수 있어 조선시대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점석기자 st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