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

2008. 8. 5. 09:55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신문을 보니 책 선전이 꽤나 많다.

잘 나가는 출판사에 국한된 것이겠지만, 안타깝게도 베스트셀러의 초입은 저곳이다. 베스트셀러 중에 의외로 만화가 상당량을 차지한다. 한 출판사가 낸 만화 광고 문구가 눈에 띄었다. 관상에 대한 만화인데, 신문에도 연재된 좋은 책이니 한 번 사 읽어보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만화가는 <마의상법(서)>이란 책을 통하여 관상에 눈떴다는 글줄도 보인다.

<마의상서(麻衣相書)>란, 관상을 보는 책이다. 중국 송나라 초기 마의도인(麻衣道人)이 상법의 원리를 설명해놓은 비전(秘傳)으로 알려져 있는데, 예로부터 관상을 보려는 이들에겐 교과서 격이었다.


김구[金九, 1876 ~ 1949] 선생의 <백범일지>에 나오는 내용이다.

17세 김구는 애써 과거를 공부하였지만 낙제하고 만다. 그래 선생은 밥술이나 먹으려면 관상쟁이나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석 달이나 방구석에 앉아 관상책을 들여다보았다. 그렇게 책을 다 뗀 다음, 시험 삼아 거울을 놓고 자신의 관상을 보니, 아, 천하에 지극히 흉한 상이 아닌가. 사실 우리가 보기에도 김구 선생님의 상이야 썩 좋은 인상은 아니다. 툭 불거진 광대뼈에, 째진 눈하며-

여하간 어린 김구 선생은 그만 비관에 빠졌다. 그러다 <마의상서> 속에 있는 한 구절을 발견하고는 마음을 고쳐먹어 오늘날의 ‘김구 선생’이 된 것이라고 한다. 그 한 구절은 이렇다.


얼굴이 좋은 것이 몸이 좋은 것만 못하고,  相好不如身好

몸이 좋은 것이 마음이 좋은 것만 못하다.  身好不如心好


김구 선생의 마음 수양은, 저 물 건너 링컨 대통령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링컨이 한 번은 면접관이 되었는데 내로라하는 수재들 대신 허름한 사람을 뽑더란다. 그래 이유를 물으니 ‘얼굴이 진실’되어서 쯤이었다.

 “나이가 40을 넘은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도 링컨의 말이다.

링컨 또한 관상이 좋지 않기로는 김구 선생과 버금가는 인상이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김구 선생이나 링컨의 사진을 보면 숙연함과 경외감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모두 마음 수양 덕분이지, 결코 타고난 관상 때문은 아니리라.

  

관상 만화가 신문에 연재되고 세인의 이목을 끌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야 도리가 없다. 하지만 제 부모로부터 타고난 얼굴로 인생이 결정되었다면, 산다는 것이 영판 우습지 않은가.

2008. 8.5

간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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