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좀씨 유감(有感)
2008. 8. 4. 09:02ㆍ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무좀 유감(有感)
그제는 병원에를 다녀왔습니다.
병원에 가는 것을 끔찍이 여기는 나지만 도리가 없었습니다.
무좀균이 수삼 년을 내 발에 붙어 기생(寄生)하는 것도 모자라 기어코 엄지발톱 두 개를 홀랑 들어내 버렸기 때문입니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의사분이 “허 그 사람, 겉은 멀쩡하데-”하는 듯한 표정으로, 발을 이토록 방치한 내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시더군요.
결국 바르는 약과 한 달에 일주일씩 석 달이나 복용하는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병원을 석 달 동안 다녀야 한다는 셈입니다. 덤으로 약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금주까지 주의 받았습니다.
그러니까 난 이 무좀이란 놈에게 수삼 년이나 좋은 일 시켜주고 뺨까지 얻어맞는 꼴이 되었습니다.
무좀을 학명으로 ‘기생균(寄生菌)’이라 한답니다. ‘기생’이란 한 종이 다른 한 종에게 손해를 주면서 자신은 이익을 얻어 살아간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무좀균’이란, 이 사전적 어의에 충실하게 기생대상인 나부터 영양을 섭취하거나 자신의 이만 채우는 놈이겠지요.
허나 무좀이란 놈만 탓할 것은 아닙니다.
따지자며 내 탓이 더 큽니다. 처음에 치료하였으면 이 정도까지 될 리가 없을 터인데, 대수롭지 않게 방치한 내 잘못과 게으름이 더 커서겠지요.
혹 내 주변에 이러한 일이 또 없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2008. 8. 4.
간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