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고객님!”

2008. 7. 31. 09:27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안내를 받으려고 수화기를 들었다.

어김없이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란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사장님’, ‘사모님’. 대한국인이면 누구나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호칭일 뿐, 정녕 ‘선생님’, ‘사장님’, ‘사모님’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된통 과부하가 걸린 말이다. 이러한 호칭 인플레이션에 슬그머니 ‘사랑’도 넣어버렸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언제부터인가, 수호기 속에서 들리는 첫 목소리이다. 여성이다.

그런데 왠지 낯간지럽고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물론 사랑은 오가지도 않는다.

수화기를 타고 건너오는 목소리 중, 가뭄에 콩 나듯 명랑한 울림도 없는 것은 아니나 태반이 건조한 목소리다. 녹음된 장삿속 안내 멘트는 두어 술 더 뜬다.


‘사랑’.

누군가는 듣기만 하여도 설레는 말이다.

‘사랑’.

누군가는 듣기만 하여도 눈시울이 시큰한 말이다.

‘사랑’.

누군가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말이다.


그런 ‘사랑’이란 말을, 저토록 기계음으로 들어야할 만큼 우리사회에 사랑이 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정녕 저 말처럼 고객을 사랑한다는 말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치 있게 소중히 써야할 말들이 있다. 부모, 성실, 근면, 노력, 배려, 도덕, 믿음, 소망, 은혜 등. 사랑은 그 중에서도 가장 고귀한 단어 중 하나이다.


‘사랑’, 밀란 쿤데라 식으로 말하자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되어버렸다.

 

 

광고의 기원은 기원전 1000년 경 고대 이집트까지 올라간다.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이러한 광고 문구가 있다.

“도망간 노예 샘을 찾아주면 순금반지를 드립니다.”

2008. 7. 31.

간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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