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일언(一日一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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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지학(小人之學)> 소인배의 배움을 하지 마라.
소인배의 배움을 하지 마라. 소인배들의 배움은 귀로 들으면 곧 입으로 나간다. 입과 귀의 사이는 4치밖에 안 되니 어떻게 7척의 몸을 아름답게 할 수 있겠는가.(小人之學也 入乎耳 出乎口 口耳之間則四寸耳 曷足以美七尺之軀哉) 『순자(荀子)』 「권학(勸學)」에 보인다. 귀로 들어 곧 입으로 나가는 배움을 ‘구이지학(口耳之學)’이라 한다. 조금도 자기의 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배움이다. 소가 여물을 먹고 되새김질하듯이 보고 배운 것을 마음으로 새겨 체화하라는 말이다. 오늘 내 배움이 모쪼록 소인배의 소일거리가 아니었으면 한다.
2022.12.26 -
< 무왕불가(無往不佳)> 어디를 가든 멋지다!
어디를 가든 멋지다! 아침에도 멋지고 저녁에도 멋지다. 날이 맑아도 멋지고 날이 흐려도 멋지다. 산도 멋지고 물도 멋지다. 단풍도 멋지고 바위도 멋지다. …어디를 가든 멋지지 않은 것이 없고 어디를 함께 하여도 멋지지 않은 것이 없다. 멋진 것이 이렇게 많도다!(朝亦佳 暮亦佳 晴亦佳 陰亦佳 山亦佳 水亦佳 楓亦佳 石亦佳 … 無往不佳 無與不佳 佳若是其多乎哉). 이옥(李鈺)의 「중흥유기총론(重興遊記總論)」이란 글이다. ‘멋지다(佳)’라는 단순한 어휘 나열이나 녹록치 않다. 상대적인 사물을 반복하여 문장을 이어가지만 정말 멋진 문장 아닌가. 흔히 글쓰기를 할 때, 한 문장에 동일한 어휘를 쓰지 말라 한다. 그러나 이렇듯 반복도 잘만 쓰면 훌륭한 문장이 된다. 이렇듯 좋은 글은 형..
2022.12.20 -
여표짐작식(如杓酙酌食), 국자는 국 맛을 모른다
여표짐작식(如杓酙酌食), 국자는 국 맛을 모른다. 64장 ‘우암품’에 보인다. 원문은 “어리석은 자가 일생동안 지혜로운 이를 섬긴다 하더라도 그는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 국자가 국 맛을 모르듯(愚人盡形壽 承事明智人 亦不知眞法 如杓酙酌食)”이다. 국자가 닳도록 국을 푼들 국자가 국 맛을 어찌 알겠는가. 선생 생활 30년이요, 국문학도가 된 지도 40년이 다 되어 간다. ‘나는 학문을 국 푸 듯하지만 진리를 아는가? 아니 학문의 맛을 제대로 아는가?’ 오늘, 나에게 반문해본다.
2022.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