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박지원 소설집' · '연암소설을 독하다' 출간

2024. 4. 22. 12:58연암 산책/연암에 관한 글

'연암 박지원 소설집' · '연암소설을 독하다' 출간

  • 기자명 김계중 기자 
  •  입력 2024.04.22 11:56
  •  수정 2024.04.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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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소설집'과 '연암소설을 독하다' 두 권이  동시에 햇볕을 보았다. 두 권은 자매편이다.

그동안 연암 관계 서적인 『개를 키우지 마라』(2005), 『당신, 연암』(2012), 『연암평전』(2019)을 내며 해석이나 문맥, 기타 오류를 다잡고 이를 반영해 소명출판에서 3차 전면 개정판이 나왔다.

저자. 박지원 l 번역. 간호윤 l 출판. 소명출판

 

20여 년만에 3차 전면 개정판이 출간되다.

『연암 박지원 소설집-종로를 메운 게 모조리 황충일세』(2006)은 출판사를 바꾸어 2차 개정판이 2016년에 나왔다. 역자는 그동안 연암 관계 서적인 『개를 키우지 마라』(2005), 『당신, 연암』(2012), 『연암평전』(2019)을 내며 해석이나 문맥, 기타 오류를 다잡았다. 이를 반영하여 소명출판에서 3차 전면 개정판이 나온다.

우정, 정의, 인정의 샘물이 흘러드는 연암의 글

찌름이 빠르고 행간이 넓은 것이 연암 글의 특성이다. 필흥이 도도하여 야단스럽고, 호협하고 쌀쌀맞다가도 때론 슬프고도 고마운 글이다. 연암의 글과 말, 행동은 하나였다. 역자는 행동과 실천이 따르지 않는 배움은 가치가 없다며, 공부를 하는 이들이 연암을 표석으로 삼아 행동하길 바라고 있다. 머리로 공부깨나 했다고 뽐내며 가슴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이죽거리거나 야료를 부리지 않길 바란다. 독자들이 연암소설을 읽고 우정, 정의, 인정이 말라붙은 이 시대에 다시 우정의 샘물, 정의의 샘물, 인정의 샘물이 흘러들길 소망한다.

연암을 읽고, 미래를 열어젖히다

역자는 “이 시대 왜 우리는 연암소설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연암소설에 우리의 미래가 있어서”라고 답한다. 연암은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풍자하는 소설을 썼다. “이 세계는 과연 살 만한 세계인가? 우리는 그런 질문을 던지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는 김현의 말처럼, 연암의 소설이 그러하다. 연암은 다른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는 문제를 먼저 민감하게 짚어내고, 이를 사회에 널리 알리는 소설을 쓴다. 그리하여 연암소설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판단케 한다. 우리가 살 만한 세상인가를 묻고 우리의 미래를 열어젖힌다.

저자. 간호윤 l 출판. 소명출판

삶과 작품이 일체가 되다.

『연암소설을 독하다』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유학의 본질을 연구했던 연암의 삶, 그리고 12편의 소설을 좇은 책이다. 연암은 조선 최고 문장가이다. 전략적인 글쓰기와 재주가 뛰어나지만, 한계성을 지닌 유자(儒者)로서 제 스스로 몸을 낮출 줄 아는 사람이다. 억지밖에 없는 세상에 칼 같은 비유를 든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삶을 정갈하게 꾸린다. 그는 조국 조선을 사랑하여, 소설을 몸으로 삼아 갈피갈피 낮은 백성들의 삶을 그려냈다. 그의 삶과 작품은 따로가 아니었다.

바른 삶을 독(讀)하다

이 책은 「개를 키우지 마라」를 화두로 잡고 연암소설 12편을 각각 독(讀)한다. ‘독(讀)’이란, 연암소설을 읽되 저자의 전공인 고소설 비평어를 넣어 말 그대로 ‘시론적(試論的)’으로 살폈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고소설 비평에 대한 인식이 없기에 군데군데 용어에 대한 설명을 두었다. 연암소설은 18살 즈음의 「마장전」에서부터 50대의 「열녀함양박씨전 병서」까지, 그 처음과 끝이 따로 없이 모두 하나의 이야기로 마치 뫼비우스 띠처럼 동선(動線)을 이루고 있다. 12편의 작품이 다룬 주제는 다르지만 ‘양반들에게서 부조리를 찾고 낮은 백성들의 절박한 삶에 시선을 두고서 바르게 살아가는 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내면적 통일성을 이루기 때문이다.

연암소설은 낮은 백성과 높은 양반, 선과 악, 계층적 질서를 뒤집는 인간상, 정의와 위선, 속악한 관습 등의 부조리한 삶의 세계를 드러낸다. 또한 거간꾼, 분뇨수거인, 걸인, 역관, 과부 등의 개성적이고 새로운 인간상을 등장시켜 ‘조선의 바람직한 대안적 인간형’을 모색하여 부조리한 세계를 명징하고 예리하게 짚어내었다. 대표적으로 「민옹전」·「김신선전」에서는 비록 삶의 외곽에 살지라도 세속을 초월할 수 없다는 은유가 분명히 깔려 있고 「호질」·「허생전」은 필묵을 가장 두두룩하게 놓고 간 작품들로 지배층의 도덕불감증과 부끄러운 경제와 국방이라는 치부를 노출시켜 조선의 총체적 부실을 비판하는 한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공생을 희망하는 지렛대, 연암소설

연암소설이 여전히 우리의 현실에 화두로 놓이는 이유는, 양반에서 낮은 백성까지 공생할 수 있는 가능성의 지평을 열어놓고 만인이 공유할 수 있는 화창한 질서를 꿈꾸게 하는 ‘희망의 지렛대’가 그 소설 속에 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개를 키우지 마라」와 같은 정을 삶의 곁에 놓아둘 줄 안다면, 연암이 꿈꾸었던 ‘화창한 질서’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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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 簡鎬允ㅣ현 인하대학교 초빙교수, 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ㅣ순천향대학교(국어국문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국어교육학과)을 거쳐 인하대학교 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학위 받음.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 국어선생을 거쳐 지금은 대학 강단에서 고전을 가르치고 배우며 현대와 고전을 아우르는 글쓰기를 평생 갈 길로 삼는다.

저서로는 『한국 고소설비평 연구』(2002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 이후, 『기인기사』(2008),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2010),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2012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 『그림과 소설이 만났을 때』(2014세종학술도서), 『연암 박지원 소설집』(2016), 그리고 『아! 나는 조선인이다-18세기 실학자들의 삶과 사상』(2017), 『욕망의 발견』(2018), 『연암 평전』(2019), 『아! 조선을 독(讀)하다-19세기 실학자들의 삶과 사상』(2020)에서 『조선 읍호가 연구』(2021), 『별난 사람 별난 이야기』(2022), 『조선소설 탐색, 금단을 향한 매혹의 질주』(2022), 『기인기사록』(상)(2023), 『코끼리 코를 찾아서』(2023) 등 50여 권 모두 직간접으로 고전을 이용하여 현대 글쓰기와 합주를 꾀한 글들이다.

 

 김계중 기자 kmmirr@bokji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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