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헨리 5세를 보고, 그 거짓과 진실

2023. 1. 26. 14:43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더 킹: 헨리 5세를 보고, 그 거짓과 진실

 

“약속해 줘요. 나에게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겠다고” 

 

프랑스를 점령한 헨리 5세가 캐서린에게 하는 말이다. 역사책에 보이는 영국 왕 헨리 5세와 이 영화의 거짓과 진실은 내가 거론할 바가 아니다. 내가 <더 킹:헨리 5세>에서 읽은 것은 ‘거짓과 진실’을 꽤 공들여 파고들었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좋지만 데이비드 미쇼(David Michod) 영화감독의 세밀한 연출력과 함께 언어를 다루는 감각이 돋보인다. 

 

영화든 사람이든 말과 행동이 중심이다. 말은 행동을, 행동은 말을 서로 도우며 의사를 전달한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는 흔하다. 영화에서 감독은 연기자들을 통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말과 행동의 일치를 보여주려 한다. 바로 '진실'이다.

 

영화 도입부 헨리의 방탕한 생활은 거짓된 아버지로부터 도피였고 헨리를 위해 목숨을 던진 존과 사귐은 진실로 상대를 받아들였기에 가능했다. 헨리가 프랑스를 치게 된 동기인 암살자와 공(헨리의 왕 즉위식 선물)은 모두 헨리를 이용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자들의 농간이었다. 따라서 거짓이었기에 헨리의 프랑스 침공과 점령의 성취감은 정당성을 얻지 못한 거짓이 된다. 헨리가 행한 일은 진실을 갖지 못하기에 캐서린은 헨리에게 “쉽게 기만 당하는 어리석은 남자”라 한다.

 

그 거짓과 진실의 마지막 방점을 찍은 게 바로 캐서린에게 하는 “약속해 줘요. 나에게 진실만을 말하겠다고”이다. 캐서린은 헨리 5세가 점령한 프랑스 공주이다. 헨리 5세는 점령자요 캐서린 공주는 한낱 전리품이다. 그 캐서린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 매섭다. 모두 진실이기 때문이다. 

 

헨리와 캐서린의 대화 중 헨리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 아버지는 정통이 아니오. 왕좌에 앉을 자격이 없소.” 캐서린은 “정통인 군주는 없어요. 폐하도 왕의 찬탈자의 아들이에요.” 라 한다. 이 말은 항거할 수 없는 힘 앞에서 무너지지 않는 '진실의 힘'을 보여준다.

 

헨리는 결국 캐서린을 왕비로 받아들이며 이렇게 단 한 가지 조건을 말한다.

“약속해 줘요. 나에게 진실만을 말해주시오. 언제나. 그거 하나만은 약속할 수 있겠소.”

 

주변을 돌아다본다. 진실인 듯 거짓인 세상, 진실인 듯 거짓인 사람들, 너무도 많다. 선생도, 정치인도, 언론인도, 공무원도, 종교인도, 애인 간도, 친구 간도-----나 역시 '거짓과 진실의 저울에 양심을 달면 저울추는 어디로 기울까?' 생각해 본다. 진실의 저울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