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설 탐색> 언론 기사

2022. 3. 7. 08:53간호윤 책 다시 읽기

 

조선소설 탐색, 금단을 향한 매혹의 질주저자간호윤출판커뮤니케이션북스발매2022.02.25.

    

조선소설 탐색, 금단을 향한 매혹의 질주

간호윤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조선의 명군으로 꼽혔던 정조가 싫어했던 게 있었다. 소설이었다. 정조는 지독한 책벌레였지만 유독 소설만은 백성들이 읽으면 위험하다면서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 정조는 소설 읽는 건 나라를 망치는 것이라며 소설 수입 금지령까지 내렸다. 소설을 읽다 걸린 신하들에겐 반성문을 내게 했다.

 

조선시대 소설은 '괴탄불경지서'(怪誕不經之書)라 하여 괴이하고 불경하며 인륜과 이치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졌다. 소설 쓰는 사람들은 '색은행괴지도'(索隱行怪之徒)라 하여 궁벽한 것을 캐내고 괴상한 일을 행하는 무리로 칭해졌다. 유교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폐쇄적 상황이 컸던 것이 그 배경이다. 따라서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민 소설가와 소설은 박대와 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조선 중종 때 채수(蔡壽)는 '설공찬전'(薛公瓚傳)이란 소설을 썼다가 교수형을 당할 뻔 하기도 했다. 반역을 하면 지옥으로 떨어지는 대목을 통해 연산군을 축출하고 정권을 잡은 중종을 비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유교라는 정치이념이 구심력을 공고히 할수록 이를 벗어나려는 원심력으로써 소설이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유학자들은 '금단'을 향해 과감히 나아갔다. 우리 소설의 호적을 정리한 유만주, 우리 소설의 연구 기틀을 세운 김태준이 그들이다. 이들은 소설을 '잡것 출신'의 '자질구레한 이야기'로 보지 않았다. 민간에 떠돌고 있는 이야기를 취하여 허구적 구성으로 인정과 물태를 총체적으로 드러낸 서사체로 이해했다.

 

책은 조선 소설과 조선 소설 비평을 둘러싼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조선소설비평이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면서 기대승과 최헌중이 소설을 부정했던 이유, 정조가 소설 수입 금지령을 내린 속내 등을 살펴본다. 특히 국문학적 소양이 없는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엮어낸 것이 눈길을 끈다. 국문학자로서 고소설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저자는 "조선소설비평은 억눌려 온 자들이 그려낸 소설에 대한 존재증명"이라며 "조선의 소설가들은 늘 현실에서 소외되었으나 이들에게 소설은 욕망의 소통로였으며 달콤한 매실이었다"고 말한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