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2019. 10. 21. 11:16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나중에>

“나중에 같은 소리 하지도 마세요.”

나에게 독설을 잘 날리는 분의 말이다.

이야기인즉은 이렇다.

어제 지인이 당신 아버님 상에 와 주어서 고맙다며 나를 불러내었다. 나는 미안하였다. 이 분과 나의 정의를 생각하면 너무도 부족한 부의금을 냈기 때문이다. 마음이 영 불편하던 차라 지인에게 “미안합니다. 나중에 내가 돈을 많이 벌면 ---” 이런 운운을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는 나에게 독설을 잘 날리는 분이 한 말이다.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했다.

『장자』 「외물 편」 2장에는 이러한 우화가 있다.

장주는 집이 가난했다. 그래서 어느 날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더니 감하후가 이렇게 말했다.

“알았소. 내가 나중에 봉읍에서 나오는 세금을 받아서 선생에게 3백 금을 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습니까?”

장주가 발끈 성을 내어 얼굴빛을 바꾸며 말했다.

“내가 어저께 이리로 올 때 도중에 나를 부르는 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돌아보았더니, 수레바퀴 자국 물 고인 곳에 붕어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붕어야. 너는 거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하고 물었지요. 붕어가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동해의 물결에서 튕겨져 나온 해신의 신하입니다. 그대는 한 말 한 되의 작은 물이라도 있으면 그것이라도 좋으니 그것을 가지고 나를 좀 살려주십시오.’

그래서 내가 ‘알았다. 내가 바야흐로 남쪽으로 오나라와 월나라의 왕들에게 유세를 하러 가려 하는데, 그때 가서 서강의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해서 그 물로 그대를 맞이할 테니 그러면 되겠는가?’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붕어가 발끈 성을 내어 얼굴빛을 바꾸며 말하였지요. ‘나는 지금 내가 늘 함께 하는 물을 잃어버려 내 몸 둘 곳이 없어졌습니다. 지금 나는 한 말 한 되의 물만 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런데 지금 그대가 이처럼 말하니 차라리 일찌감치 나를 건어물 가게에 가서 찾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여기서 나온 고사가 ‘철부지급(轍鮒之急, 수레바퀴 자국 안에 놓인 붕어. 즉 다급한 처지에 놓여 있음.)’이다. 상을 당해 절박한 이에게 부의금 전달은 딱 한 번뿐이다. 그저 내가 쓸 돈을 조금 줄이면 되는 것이었다.

“나중에~” 운운은 부질없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나중에 부가 그렇게 생길 일도 없거니와 생긴다 한들 저 지인의 아버님이 다시 돌아가실 리 없다. ‘나중에~’같은 소리, 듣지도 말아야겠지만 하지는 더욱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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