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범은 이장도 못 되네!>

2019. 6. 14. 10:29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아범은 이장도 못 되네!>

“아범은 이장도 못 되네!” 내 어머니 말씀이다. 나이 마흔을 좀 넘어 이 세상에 환멸을 느꼈다. 그 부조리의 근원이 정치라 생각하고 시골로 내려가려했다. 내 고향에 가 한 5년이면 이장에 출마하고 ---그러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머니에게 ‘제가 시골 와 살면 어떻겠냐?’고 의견성 있게 이야기를 꺼냈다. 내 어머니는 우리 시골 제일의 예의 있는 분이다. 내 식구보다도 오히려 남을 더 챙길 정도이다. 어머니 말씀은 내가 일찍 고향을 떠났기에 이장도 못 된다는 논리였다. 시골 가서 정치인이 되려던 꿈은 그 자리에서 끝났다. 핑계인 듯도 하지만, ‘어머니조차 나를 이장으로 뽑아주지 않을 듯한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9 FIFA U-20 남자월드컵’에 우리나라가 결승에 올랐다. ‘우리나라 국민 중 몇 %가 결승에 오른다고 예상했을까?’ 2018 월드컵에서는 우리가 독일을 2-0으로 눌렀다. 이 역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왜 이러한 결과를 예상 못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알고 있는 우리나라 축구에 대한 상식이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그 상식은 더 이상 상식이 아니다.

우리 축구대표팀이 결승에 오르고 독일을 누른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1983년 U-20 남자월드컵에 4강에 올랐고 2002년 월드컵 4강을 이뤘다. 그것은 신화가 아닌 실력이다. 그만한 실력이 있어서 그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 축구대표팀의 실력을 낮잡아 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러한 경우가 허다하다. 선생이 제자를 못 믿고, 부모가 자식을 취업이나 하라하고, 나이 들었다하여 젊은이를 얕보고, 내 나라보다는 외국이 더 예의 있다하고 등, 내가 좁은 시선으로 보니 제자가, 자식이, 내 나라가 성장할 수 없다.

나 또한 내 제자들에게, 자식들에게, “아범은 이장도 못 되네!”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