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을 돌리며>

2018. 10. 2. 15:25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청첩장을 돌리며>
 
아들의 청첩장을 돌리려 내 삶의 이력서를 펴들었다. 거기에는 내 58년의 인생사가 그대로 들어있다. 꽉 들어 찬 그 이들은 족히 1000여 명은 될 법하다.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이름과 그이들의 얼굴, 그리고 그들과 이러저러한 사연들을 뒤적여 본다.
어느 이름의 그 사람은 이미 수첩에서 지워졌어야한다. 그 이는 더 이상 청첩장을 받을 수 없다. 어느 이름의 그 사람은 이미 왕래가 끊어졌다. 어느 이름의 그 사람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보내도 오지 못 한다. 어느 이름의 그 사람은 -------------. 
 그 때는 만나고, 만나고, 만나며, 때론 정담을 나누고, 때론 한 잔 술을 기울이고, 때론 학문을 이야기하며, 그래 그렇게 시간을 함께하며, 소중한 인연으로 서로의 이력서를 만들어주었다.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 허나 이제는 저러 이러한 사정으로 겨우 청첩장 하나 보낼 인연으로조차 남지 못하는 이름과 이름들이다.
청첩장은 주는 이나 받는 이나 조심스럽다. 누구나 그렇듯 주는 이의 조심스런 손길에는 받는 이의 축복을 기대하는 소망이 있다. 그렇게 보내려니 겨우 100여 명도 채우지를 못한다.
모쪼록 내가 보내는 아들의 청첩장이  원치 않는 이는 아니 받고 꼭 축복을 보낼 이만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58년 인생사가 그러고 보니 내 빈 가방 무게도 이기지 못한다. 탐스러운 삶의 이력을 기대한 것은 아니건만 대략 셈쳐본 내 삶의 이력서가 참 빈한하다.  



간대철♡김경화의 모바일청첩장입니다. http://bojagicard.com/gogoa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