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0. 17. 10:36ㆍ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좋다와 싫다의 변증법>
가끔씩(?)이지만 나를 싫어하는 사람을 만난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다. 그는 나에게 노골적으로 싫다는 말을 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 그 사람에게 딱히 잘못한 게 없다. 더욱이 나는 그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내 삶의 이력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초고도의 난해한 문제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니 나 역시 그와 같다. 나는 연예인 중, 꽤 인기를 누리는 박00씨와 박00씨가 TV에 나오면 얼른 채널을 돌려버린다. 한번은 그 이유를 알려고 두 연예인이 나오는 프로를 한 시간 정도 본 적이 있다. 그 두 분은 분명 대중예술인으로 인기를 누릴 유머와 재치를 지니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매끄럽게 흘러갔고 내가 싫어할 ‘이유’는 찾기 어려웠다. 굳이 ‘이유’의 답을 찾으라면 하릴없이 ‘그냥’이라는 두 글자만 주억거릴 뿐이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도 내가 ‘그냥’ 싫은 게 아닐까한다. 사실 ‘좋다’는 말도 그렇다. 그 사람을 그냥 좋아하는 것이지 거기에 딱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또 생각해 보자면 좋든 싫든, 상대에 대한 관심이 또렷하다. 하지만 좋다 싫다 사이에 존재하는 무수한 항의 사람들, 좋지도 않고 싫지도 않은 사람들은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다.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그저 투명인간일뿐이다.
이렇게 에둘러 생각의 끈을 잡고 보니 그가 나를 싫어한다하여 그리 나쁠 것도 없다. 어찌되었건 그가 나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분명하잖은가. 관심을 두니 그만큼 만날 횟수가 많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혹 언젠가 좋아할 지도 모른다.
좋다와 싫다의 변증법, 참 싱거우면서도 제법 간간한 소금기가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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