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오만함

2017. 5. 31. 16:01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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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바뀌었다. 신선하다. 시원하다.

광화문도 꽤 여러 번 나갔기에 청량감은 더하다.

그러나 며칠뿐이었다.
장차관 후보자들을 보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다들 보통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재산도 수십억이요, 자식들에서 처삼촌까지, 앞 정권보다는 나아졌다지만 청백리나 꼬장꼬장한 선비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그야말로 부귀와 귄세를 모두 거머진  그들만의 리그요, 그들만의 만찬장이다.(그렇다하여도 앞 정권에 비하여 나아진 것만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에게 건 기대는 조금도 변함없다.)
한 후보자 재산은 삼 십 몇 억이요, 아내는 6개인가 되는 상가 임대료로 거둬들이는 돈이 한 달에 천만 원이 넘는다는 것을 보다가 TV를 꺼 버렸다. 상대적 박탈감이라고나 할까? 씀바귀를 한 움큼쯤 볼이 터져라 쳐 넣고 씹는 맛이다.
그래 '내 일개 서생이지만 당신들 안 부럽소'하고 오만하게 손사래치면 되지만 그럴 위인이 못 된다. 어디라 할 곳 없이 고얀히 “젠장맞을!” 욕이라도 하고 싶고 낮술이라도 한잔하고 모과나무 심사로 주정이라도 부리고 싶은게 솔직한 심사이다. 하지만 내 성격으로는 그러지도 못하니 내가 보아도 내가 참 못났다.
    
화가 장욱진(1917~90)이라는 분이 있었다. 40대 서울대 미대 교수직을 버렸다. 돈도, 명예도, 지위도 깡그리 버렸다. 그러고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만 그렸다. 그림조차도 욕심이 없었다. 그림 속에 사람도, 새도, 집도, 그러면서도 오만함이 있었다. 솔직한 오만함이. 그의 수필집 『강가의 아틀리에』에는 이러한 글이 보인다.

강가의 아틀리에

저자 장욱진

출판 열화당

발매 2017.05.10.

상세보기
장욱진 선생과 '가로수'라는 그림

    
“나는 남의 눈치를 보면서 내 뜻과 같지 않게 사는 것은 질색이다. 나를 잃어버리고 남을 살아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점잖다는 것을 싫어한다. 겸손이란 것도 싫다. 그러는 뒤에는 무언가 감추어진 계산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솔직한 오만함’이 훨씬 좋다. 그런 나를 사람들은 편협하다거나 심하면 미친 사람으로 돌리기도 한다.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면 어떠랴, 그것이 나에게는 오히려 편하다.” 
  
‘솔직한 오만함’, 참 품고 싶은 말이다. 사진을 뒤적여 보았다. 내 사진 중에 혹 이 구절에 알맞은 사진이 있을까하고. 겨우 찾아낸 사진 두 장이다. 빨간구두를 신었고 거나하게 술 한 잔 한다. 저 날, 꽤 오만(?)했던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