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너만큼 알아. 이제 더 이상 전문가 의견 안 들어”

2017. 5. 9. 10:53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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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너만큼 알아. 이제 더 이상 전문가 의견 안 들어

톰 니톨스의 전문지식의 죽음(The Death of Expertise)이라는 책에 대한 내용을 보도한 기사이다니콜스는 구() 소련 문제에 대한 전문가란다. 그는 SNS에서 러시아에 관해 자기를 가르치려 드는 비전문가들에 화가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가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니톨스는 그래 전문지식의 죽음을 안타가워하는 듯한 모양새다.
그러나 꼭 그러할까?  SNS에서 보고 들은 지식은 전문지식이 아니고 그러한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닐까? 나 역시 수많은 전문가들을 보았고 국문학(고전서사)을 공부하는 전문가이다. 하지만 전문지식을 지닌 전문가가 결코 우리 국문학계를 이끌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지금 국어국문학과는 명패조차 지키지 못하고, 어느 누가 우리 고전서사에 관심을 기울이나. 오히려 국문학은 일반인이 향유할 때 더 발전하였다. 1920년대 일용 노동자들과 농촌에서 보았던 일명 딱지본 고소설은 수천 권씩 팔렸다. 물론  출간 작품도 수 백 편이나 되었다. 당시에 문맹률이 60~70%쯤임을 감안한다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판매이다. 더욱이 전 인구가 지금의 남한 인구의 반조차도 안 되는 2000만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국문학을 한다는 전문가가 차고 넘치지만 겨우 250~500부를 출판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국문학(
고전서사)은 전문가들의 책상머리에 올라오며  <춘향전>, <홍길동전>, <심청전>, 몇 작품만 남고  모조리 사라져갔다. 고전서사가 일반 대중의 것이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여기에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친 전문가 패거리는 역겹기조차 하다.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만을 벌인다. 국문학이라는 같은 벌집이거늘 하나의 벌구멍에 옹기종기 모여서는 다른 벌구멍과는 3.8선만큼이나 견고한 담장을 짓고 있다.
따지고 보면 언론도 그들만의 리그이다. 국민의 소리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세칭 전문가들의 목소리일 뿐이다. 일반인의 목소리를 전언해 준다고 하지만, 일반인의 삶을 살지 않는 저들이  알 턱이 없다. 그저 그러려니하는 소리일 뿐이다. 
마치 환자의 고통을 의사가 치료한다고 의사가 온전히 환자의 고통을 아는 게 아닌 것처럼.  자기가 제 병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전문의를 신처럼 받들고 그의 말을 토씨 하나까지 믿으며 살 길을 찾으려든다.이렇듯 전문의란 석 자에 환자가 길들여진다는 사실처럼, 우리는 전문가라는 이들에게 잘 길들여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어린왕자>라는 책에는 여우의 이러한 독백이 나온다.
 
내 생활은 복잡할 게 없어. 나는 닭을 사냥하고, 사람들은 나를 사냥해. 병아리들도 모두 비슷하게 생기고, 사람들도 모두 비슷하게 생겼어. 그래서 나는 아주 지루해.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내 생활은 빛으로 가득 차게 될 거야. 나는 너의 발자국 소리를 알게 되겠지. 그 발자국 소리는 어떤 발자국 소리와도 다를 거야. 다른 발자국 소리는 나를 땅 밑으로 숨게 만들지. 하지만 너의 발자국 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불러내게 될 거야. 그리고 저기 좀 봐.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은 먹지 않아. 나에게 밀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밀밭은 내게 아무 느낌도 주지 않아. 그건 슬픈 일이지. 그런데 너는 금빛 머리카락을 가졌잖아. 그러니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그건 아주 멋진 일이 될 거야. 나는 금빛으로 물결치는 밀밭을 보면 너를 생각하게 될 거야. 그러면 나는 밀밭을 스쳐가는 바람 소리를 좋아하게 될 거야."
 
여우는 자신이 지루하다며 사람에게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한다. 여우의 삶은 어디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다. 이 신문도 저 신문도, 이 방송도 저 방송도, 온통 전문가들이 설친다. 혹 우리는 지금 여우의 독백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잘 길들여 달라고.
나도 너만큼 알아. 이제 더 이상 전문가 의견 안 들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늘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