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2. 4. 09:49ㆍ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생활건달>
가끔씩 아침을 서재 근처에서 해결한다.
아침부터 두 사내가 술자리를 한다. 형님이니 아우이니 하는데 나이 차는 꽤 나 보인다.
50대쯤의 후줄근한 옷차림의 사내와 달리 상대편은 20여 살은 어려 보인다. 손님도 없고 보니 두 사람의 말소리가 본의 아니게 성큼성큼 끊어지나마 들린다. 흐트러진 서너 개의 술병이 말해 주듯 혀는 이미 반쯤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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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그냥 형님이라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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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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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감옥에서도 그렇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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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받는 이야기를 대충 합해보니 건달인 듯하였다. 그러니 형님 건달이 아우 건달과 술자리다. 그런데 목소리는 두 사람 다 의외로 상냥하고 대화도 조곤조곤 이어진다. 내 식사가 그렇게 끝나갈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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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생활건달은 되지 마라. 생활건달은---”
“여기 설렁탕 둘 주세요.”
그때 중늙은이 연인인 듯한 아침 손님이 들어서는 바람에 듣지 못했다.
식대를 치르고 나오며 묻고 싶었다. 생활건달이 무어냐고?
‘생활건달이라. ---인문학이니 뭐니 한답시고,---읽을거리도 안 되는 글이나 축내고, ---내가 그토록 아니되고 싶은 글 따로 나 따로인 사이비 향원이,--- 혹 내가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생활건달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자꾸만 자꾸만, -----든다.
괜히 아침만 축내러 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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