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엿새날- 퇴원을 한다

2016. 1. 9. 12:30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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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엿새날- 퇴원을 한다

2016.01.0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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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을 해야겠다. 병원에 입원하면 나만의 세계가 있을 줄 알았다. 그래 노트북부터 챙겼다. 글이나 쓰고 이런저런 생각도 정리할 수 있을 듯해서다.

전연 그렇지 않다. 이곳 역시 복댁거리며 사람사는 곳이었다. 6인 병실에는 6인 병자와 그 보호자 한 명, 적어도 12인의 삶이 돌아다녔다.

매우 흥미로운 것은 침대에 새 사람이 들고 나며 병실 분위기가 급변한다는 사실이다. 처음 내 옆자리엔 수다스런 젊은 내외였다. 낮엔 수근수근, 밤엔 소근소근, ----끊임없이 'ㅎㅎ,ㅋㅋ'의 웃음성 자음 행렬이 옆 침대를 떠나지 않았다. 그 수다를 보고 듣는 다는 것이 팔뚝을 자꾸 찔러대는 바늘 구멍만큼이나 괴로웠다.
이 부부가 퇴장한 자리엔 조선족 노부부가 들어 왔다. 들어 올 때부터 어린애 울음소리만한 "아야! 아야!" 소리를 내며 젊고 나이 든 8명의 수하 가족을 거느리고 침대에 누운 노인은 24시간이 모자란 듯 'ㄱ자 허리 부인'을 닦아세웠다.(할머니의 단점이라면 30분 간격으로 정확히 해대는 트림이다.)

나머지 다섯 명도 상태가 좋은 것은 아니다. 단 한차례 가족 1명을 본 앞자리의 사내는 간호사가 그 자리를 채웠다. 사내는 짬 날때마다 간호사 응급벨을 눌렀다. 그 옆 내 아들과 동갑인 녀석은 자동차 전복으로 들어왔는데 무용담을 들어보니 가히 살아난게 기적이다. 온몸이 의료행위로 난장이니 "아이고, 에이씨!, 아이고! 에이씨!"하다가도 도대체 환자 면회 온 것으로 볼 수 없는 옷차림의 여자 아이가 나타나면 손잡고 뽀뽀하고 연애질이다. 어찌나 민망한지 부모까지 자리를 비켜준다. 그 옆, 침대의 환자와는 지금까지 얼굴 한번 제대로 마주친 적이 없다.
내 옆자리 조선족 노부부 옆은 교통사고를 당한 내 또래의 사내이다. 온종일 보험회사 직원과 설전을 진행한다.

내 오른쪽 팔등은 급기야 주사바늘로 부어 올랐다. 주사 바늘 표피를 한 자리에 붙박이로 꼽고 이 바늘 저 바늘을 꼽다보니 구멍이 막혔는데도 수액으로 밀어 내다 그렇게 되었다.
아직도 어깨의 통증은 꽤 심하지만 나가야겠다.

"아야! 아야!"하는 이 앓는 소리는 내 귀에 착 들러붙었다.부인이 못 마땅한 지 갑자기 질러대는 " 에익!" 소리엔 병실 사람들도 놀란다. 어서 이 병실을 나가야한다. 어서 이 병원을 나가야겠다.

주사로 부은 팔도 얼음찜질을 하러. ㅡㅡㅡ

난생 처음 입원한 병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간다. 사람살이 사람을 피해 살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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