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마음으로 세월호를 보며(3)

2014. 4. 22. 10:37글쓰기/이 세상은 사각의 정글이 아니다!

신황충족설

 

일주일째 전 국민들이 바다에 떠 있는 저 노란 두 개의 부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2014422일 아침 방송에서 아나운서의 축축한 목소리다.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참담한 심정으로 세월호가 저기 있다!’는 저 노란 두 개의 부표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저 수많은 주검들의 곁에 자리한 말들. ‘

공무원의 무능’, ‘도덕적 해이’,그러더니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사진이나 찍지요.”, “국민이 미개하니까---”라는 말까지 들린다. 그야말로 국가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누구의 잘못인가? 누가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누가 저 어린 아이들을 저 참담한 지경에 이르게 했나?

 

이것들은 조그만 벌레이니 조금도 걱정할 것은 없지. 내가 보니 종로거리鍾樓를 메운 것은 모두 황충이야. 키는 모두가 칠 척 남짓이고 머리는 검고 눈은 반짝이는데 입은 커서 주먹이 들락거리지. 웃음을 치면서 떼로 다니니 발꿈치가 닿고 엉덩이를 잇대고는 얼마 남지 않은 곡식을 모조리 축내니 이 무리들과 같은 건 없을 게야. 내가 이것들을 잡아버리고 싶은데 커다란 바가지가 없는 것이 한스럽다네.

此小虫不足憂 吾見鍾樓塡道者 皆蝗耳 長皆七尺餘 頭黔目熒 口大運拳 咿啞偊旅 蹠接尻連 損稼殘穀 無如是曹 我欲捕之 恨無大匏

 

연암 박지원의 <민옹전> 마지막 대목이다.

저기 황충이란 단어가 보인다. 황충蝗蟲이란, 메뚜기과에 딸린 곤충으로 떼를 지어 날아다니며, 벼에 큰 해를 끼치는 해충으로 누리라고도 한다.

성종 7(1476)의 기록을 보면 당태종이 이 메뚜기 떼가 들이닥치자 백성은 곡식을 생명으로 하는데, 네가 곡식을 먹으니 차라리 나의 폐장(肺腸)을 파먹어라.”고 외치며 황충을 삼켰다고 한다. 요즘 사전에도 황충이 간 데는 가을도 봄이니 하는 속담을 등재하고 좋지 못한 사람은 가는 데마다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말로 뜻을 달아 놓고 있다. 이쯤 되면 황충은 겉가량으로 단순하게 벼만 갉아먹는 메뚜기로 읽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황충의 외연을 조금만 넓히면 백성을 해코지하는 무리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앞뒤 문장을 고려하면 민옹이 황충이라 부르는 사람은 벼슬아치로서 못된 짓만을 일삼는 양반들이다.

저 시절로부터 한 세기쯤 건너, 19세기 조선에 가장 근접한 기록을 남긴 영국 여인 이사벨라 비숍(Isabella Bird Bishop, 1931-1904)<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란 책에서 저 황충족을 이렇게 묘사해 놓았다.

 

저들은 하층민들의 피를 빨아 먹는 면허받은 흡혈귀다.”

 

면허받은 흡혈귀비숍 여사는 저 시절의 못된 벼슬아치를 저렇게 말하였다. 비숍 여사가 전하는 저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하겠지만, 우리 선조들의 실제담이기에 참 믿기 싫다. 행실치고는 지나치게 고약한 짓들을 서슴지 않은 저들이었다.

헌데, 놀랍게도 이러한 신황충족들이 여전히 살아있다. 살아서는 권력이면 다 된다는 대한민국의 국가 공무원이나 고위직 공무원으로, 돈이면 다 된다는 재벌이나 재벌 2세로, 대한민국 거리에 네 활개 치며 어정버정하는 치들이 득시글댄다.

연암 선생이 계셨다면 이놈들! 어디 진짜 큰 바가지 하나 없나. 몽땅 퍼다 버리게!”라고 하셨을 것이다.

 

청해진 오너 유병언(전 세모 회장) 재산 2400억 추적

검찰이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 실소유주 일가의 탈세 등 비리수사와 함께

(<중앙일보>2014.4.25.1)

 

허나, 우리는 오늘도 신문을 보며 저렇게 기시감(旣視感)을 느낀다. 오늘 지면을 덮은 부정은 어제도 그제도 아니 내일도 그 면에서 보았고 볼 것이다.

혹 만약, 내일도 태양이 뜬다면 그것은 순전히 ()한 사람들과 정의(正義)로운 자들의 의지 덕분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법이 행해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범해서이다

부조리한 벼슬아치에 당당히 맞선 조선의 1류 공무원, 김수팽의 말도 곰곰 새겨들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