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우지 마라.”

2013. 2. 26. 17:27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개를 키우지 마라.”

“박 대통령은 2004년 미니홈피에 ‘방울이가 죽은 후 마음이 아파 강아지 키우기가 겁난다’고 적기도 했다. 삼성동 자택에서도 한때 동생 지만씨가 선물한 진돗개 ‘봉달이’와 ‘봉숙이’를 키웠으나 봉달이·봉숙이마저 죽자 개를 기르지 않고 있다.”

오늘 자 중앙일보 4면 기사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박 대통령에게 마을 사람들이 강아지를 선물했고 대통령의 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소개한 글이다.
18세기 이 땅의 지성이자 사람다운 사람, 연암 박지원 선생은 ‘개를 키우지 마라’라고 하였다. 아래는 간호윤, 『개를 키우지 마라-연암 소설 산책』 경인문화사, 2005, 4~5쪽에서 발췌한 글이다.

개는 주인을 따르는 동물이다. 또 개를 기른다면 죽이지 않을 수 없고 죽인다는 것은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니 처음부터 기르지 않는 것만 못하다.(狗能戀主 且畜之 不得無殺 殺之不忍 不如初不畜也)

연암 선생의 성정性情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결절結節이다. 말눈치로 보아 ‘정情을 떼기 어려우니 아예 기르지 마라’는 소리이다. 어전語典에 ‘애완견愛玩犬’이라는 명사도 오르지 않을 때 일이다. 계층이 지배하는 조선후기, 양반이 아니면 ‘사람’이기조차 죄스럽던 때였다. 누가 저 견공犬公들에게 곁을 주었겠는가. 언젠가부터 내 관심의 그물을 묵직하니 잡고 있는 연암의 메타포이다. 연암의 삶 자체가 문학사文學史요, 사상사思想史가 된 지금, 뜬금없는 소리인지 모르나 나는 이것이 그의 삶의 동선動線이라고 생각한다. 억압과 모순의 시대에 학문이라는 허울에 기식寄食한 수많은 지식상知識商 중, 정녕 몇 사람이 저 개犬와 정情을 농弄하였는가?

박 대통령 기사를 읽으며 ‘개를 키우지 마라’한 연암 선생이 생각나 몇 자 적는다. 모쪼록 진정한 지성이 살아 숨쉬고, 사람다운 사람이 넘치는 아름다운 대한민국 5년이 되기를 박대통령에게 기대해본다.
2012년 2월 26일. 휴휴헌에서 간호윤  

 


 
아래는 중앙일보 기사와 가람 이병기 선생의 필적 “때로는 개도 사람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