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 백운사를 다녀와서(3)

2012. 7. 29. 16:02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보령시 백운사를 다녀와서(3)

 

상구보리를 하지요.”

백운사 주지스님과 저녁공양을 올리고 자리를 했다.

어떻게 이 수행자의 길을 가십니까?”라는 속인의 물음에 지황 주지스님은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처음 절간에 들어섰을 때 그 웃음으로 상구보리 넉 자로 답한다.

상구보리(上求菩提)위로는 깨달음을 구하다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한다는 하화중생(下化衆生)과 대구를 이루는 대승불교의 가르침이다. 하화중생이란 말씀을 굳이 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나를 배려해선 듯하다.

, 늘 고민 속에서 살아가나요?”

어리석은 내 질문이 또 이어졌다.

사람들은 욕심이 많아요. 마음을 비워야지요. 비워야 채우지 않나요.”

“-------”

“-------”

우문과 현답이 한참을 오고갔다.

내가 여름하늘 별을 보고 잠자리에 든 뒤에도 주지스님은 여지저기 절간을 둘러보는 기척이 났다.

새벽녘, 아침 예불은 4시에 시작하여 6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주지스님은 <예불문>으로 시작하여, <보혜진언>, <천수경>, 등 무려 10여 개의 법문을 모두 외워서 독송을 하였다. 그 공력에 놀랄 따름이다.

아침 공양을 마치자 주지스님이 조용히 말씀하셨다.

간 선생님, 108배를 한 번 해보시지요. 1배마다 참회 글이 있으니 글 하나 읽고 절 한 번 하시면 됩니다.”

1배에서 108배를 마쳤다. 한 줄 한 줄 법문(法門)이 놀랍다. 분명 9시쯤에 시작했는데 시계는 이미 10시를 넘어섰고 온 몸은 땀으로 흥건했지만 마음은 거뜬하다.

아침의 햇살이 기세 좋게 한 낮으로 들어선다. 햇살이 백운사 도량을 쨍쨍히 비출 때 쯤, 마침 백운사를 찾으신 불교 TV 김영보 국장님께 청하여 기념촬영을 하고는 속세로 돌아섰다.

배웅해 주시는 주지스님의 얼굴이 참 해맑으시다. 진흥 거사님은 점심 공양까진 두어 시간이면 되는데---”하시고는 부지런히 절간을 가꾸려 뒤꼍으로 돌아가신다. 언뜻 머물다 가는 속인의 행동이 내심 섭섭하신 듯하다. 내 마음은 반쯤 비워진 듯하다.

 

백운사를 다녀 온 지 겨우 나흘이건만 속인의 마음은 또 욕심으로 그득하다. 글 몇 자로 애써 백운사의 12일을 복기(復碁)해 둔다.

 

지황 주지스님, 진흥거사님께 삼가 고맙습니다라는 말씀을 정중히 올립니다. 성불하소서.

2012729일 휴헌 간호윤 배.

 

 

주지스님의 선물, 처음처럼

 

 

 

공양간에 걸려 있는 글

 

혜빈이와 대화하며 즐거워하시는 주지스님의 망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