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설(齒說)
2012. 1. 10. 11:34ㆍ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치설(齒說)
오이 붇듯 달 붇듯 달은 잘도 자란다. 엊그제 여인네의 파르족족한 눈초리를 닮은 초승달이더니, 어느새 망월이 내일이다. 비록 별 하나 없이 아파트 고충에 얹힌 달일망정 운치가 아주 없지는 않다.
내 서재 앞, 모자(母子)가 근근이 꾸려가는 닭발집을 찾아 들었다. 닭발의 효용을 써 놓은 먹물자국이 어울리지 않게 한쪽 바람벽을 덮었다.
닭발 한 접시에, 소주 한 병, 그리고 소주잔 한 잔. 이런 날엔 혼자라도 좋다. 소주 몇 잔이 온 몸에 돌고, 닭발맛도 내 혀 안에서 제 맛을 보여줄 때쯤이다. 닭발에 무언가 씹히는 것이 있어 섬뜩 놀라 뱉어 보니 무언가 반짝인다. 자세히 보니 이 반 쪽이 씹힌 닭발 사이에 낯설게 서있다. 입안에 손을 넣어 보니 위어금니 한 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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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건드려본다. 만질만질한 것이 꽤 닳았고 옆구리는 움푹 패여 괴이하지만 제법 연륜이 감돈다. 소주 한 잔으로 입 안을 헹궈 내고 가만히 쳐다본다. 내 몸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 생각하니 그리 낯설지만도 않다.
그러고 보니 내 몸에 붙어 나와 함께 반세기를 함께 한 녀석이다. 초등학교 길을 오가며 무도, 칡뿌리도, 하숙생활에서 라면도, 군대에서 울분도, 사회생활을 하고서는 또 몇 번이나 이 어금니를 깨물었던가.
가엾고도 고맙다. 손수건에 싸서 고이 주머니에 넣었다. 열나흘 달은 아직도 도시의 밤을 비추고 있다.
2012년 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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