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문제를 보며

2011. 8. 30. 09:17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권력의 시녀들이 벌이는 충성수사로 여기고 싶었다. 아니었나보다. 

신문 보기가 낯 뜨겁다. ‘서울시교육감문제는 사이비의 전형이다. 정치인이 아닌 교수들의 세계에서 일어난 문제이기에 더욱 부끄럽다 

조선 최고의 문호요, 양심인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 ~ 1805), 그는 울울한 마음의 병에 걸렸다고 한다. 연암의 처남인 이재성李在誠이 지은 제문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면 이렇다.

 

最所不能 가장 참지 못한 것은

酬接鄕愿 두루뭉술 인물을 상대하는 일.

曲鍼腐芥 굽은 바늘 썩은 겨자씨 무리들

胥致尤怨 모두들 너무나 미워하였네.

 

연암 선생 향원(鄕愿:두루뭉술 인물) 때문에 세상 살기 힘들었단다. 이 말은 맹자(孟子)진심편(盡心篇)논어(論語)양화편(陽貨篇)에 나온다. 양화편에서 공자는 향원은 덕의 도둑이니라(鄕愿 德之賊也)”라고 하였다. 즉 덕이 있는 체하지만 실상은 아첨하여 모든 것을 좋다고 넘어가기에 덕을 훔치는 짓이라고 한 것이다.

 

맹자(孟子)진심편(盡心篇)의 내용은 이렇다.

어느 날 맹자에게 제자 만장(萬章)이 찾아와선 말하였다.

한 마을 사람들이 향원을 모두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하면 그가 어디를 가더라도 훌륭한 사람일 터인데 유독 공자만 그를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이유가 무엇인지요.”

맹자는 이렇게 답한다.

그를 비난하려고 하여도 비난할 것이 없고, 일반 풍속에 어긋남도 없다. 집에 있으면 성실한 척하고 세상에서는 청렴결백한 것 같아 모두 그를 따르며,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지만 요()와 순()과 같은 도()에 함께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덕을 해치는 사람이라 한 것이오.

덕을 해치는 사람, ‘사이비 군자란 뜻이다.

공자는 이를 두고 나는 사이비한 것을 미워한다[孔子曰 惡似而非者]”라고 하셨으니, 외모는 그럴듯하지만 본질은 그렇지 못한, 즉 겉과 속이 판연히 딴판이라 그러한 것이다. 향원은 이렇듯 올바른 길을 걷지 않고 시류에 일시적으로 영합하며,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거나 말로 사람을 혼란시키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이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자들을 스노보(俗物:snob)라고 부른다.

이러한 향원류들, ‘학문의 유사품들을 사이비라 한다.

 

저 물 건너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Diogenēs) 선생 이야기다.

디오게네스 선생이 환한 대낮에 불을 켜들고는 두리번두리번 다니더란다. 그래 사람들이 거 왜 그러시오.”하고 물었겠다.

디오게네스 선생 가로되,

어디 사람다운 사람이 있어야지. 그래 이렇게 사람다운 참사람을 찾고 있다네.”

 

나도 나에게 사이비인지? 향원인지? 사람인지? 묻는 오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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