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된 고소설 1.

2011. 1. 20. 14:06포스트 저서/속화가 된 고소설

 

그림이 된 고소설 1.

 

1.

필자는 20108월에 발간된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을 쓰면서 우리 고소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중, 우리 일상 속에 남아 있는 고소설 문화의 급격한 해체가 가장 가슴 아팠다. 이미 필자가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다섯 마당, 문화론’(김영사, 2010)에서 밝혔듯이 우리의 고소설은 속담, 소설, 한시, 설화, 창가, 가사, 굿, 탈춤, 놀이, 노래, 그림 등 그 자장의 폭이 자못 적지 않다.

이 중 속담, 소설, 한시, 설화, 창가, 가사 등은 이미 문헌 자료가 확보되었거나 자료로 남아있어 유실이 적다. 문제는 그림, 노래, 놀이 굿 등 구비 전승되거나 풍상의 마멸을 그대로 받는 자료들이다. 고소설 연구의 1차적인 문헌 자료가 구비문학임에 분명하지만, 급속한 현대화에 따라 가뭇없이 사라지고 있는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하지만 연구자들도, 또 연구 기관에서도 이에 대하여 도통 관심이 없다. 필자가 1차 자료나마 수집할 요량으로 한국연구재단에 단기 과제로 신청해 보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연구 방법론 미비 운운이란 이유의 탈락이었다. 1차 자료를 확보하지도 못했는데 연구 방법론 운운이 웬 말인가?

2.

필자는 이 중 그림, 즉 속화부터 자료를 정리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굿, 탈춤 등 연희 전승되는 구비 문학 자료는 현재 필자의 깜냥으로는 역부족이나 속화는 필자의 발품 여하에 따라 자료를 확보할 수도 있어서다. 필자가 정리하고자하는 속화(俗畵)는 고소설 관련 그림으로 '고소설도'라 칭한다. '고소설도'<삼국지연의><구운몽><춘향전><토끼전><심청전><수호전><곽분양전> 등 많지는 않으나 밝혀진 것만도 제법 백여 폭이 넘는 속화가 국내외에 있다. '고소설도'는 문학과 그림의 만남이라는 소박한 이해 이외에도 '고소설도'변상도(變相圖) 수용미학, 화설 단위의 주제 설정, 그림을 통한 스토리의 중재, 행복한 결말, 소설 미학적 측면 등 그 수행할 연구 과제가 수다하다. 여기에 신소설이나 구활자본 고소설의 표지 삽화까지 외연을 확장한다면 우리 고소설은 한문 작가들에 의한 보는 소설에서 전기수들에 의한 듣는 소설로, 다시 보는 소설이란 입체적이고 전방위적인 연진과정을 찾을 수 있다. 우리 고소설에 대한 이해의 보고임은 자명하다.

'고소설도'는 현재 사찰이나 사당의 벽화에서부터 각 박물관에 소장된 병풍과 화첩, 개인 소장의 화첩 등 문자 그대로 산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3.

간단히 속화부터 설명하고 이야기를 잇자. ‘속화(俗畵)’란 생활공간의 장식을 위해, 또는 민속적인 관습에 따라 제작된 속태(俗態)가 나면서도 실용적인 그림을 말한다. 이 속화는 조선 후기 주로 서민층에 유행하였으며, 선인들은 이를 세속적인 그림이라 하여 속화(俗畵)’라고 불렀다. 이규경(李圭景:17881865)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이 속화를 여염집의 병풍·족자·벽에 붙인다고 하였다. 이 속화는 대부분이 정식 그림교육을 받지 못한 무명화가나 떠돌이화가들이 그렸으며, 서민들의 일상 생활양식과 관습 등의 항상성(恒常性)에 바탕을 두고 발전하였기 때문에 창의성보다는 되풀이하여 그려져 형식화한 유형에 따라 인습적으로 계승되었다. 따라서 일반 백성들과 친연성이 강하였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민화(民畵)’라고도 하는데 이 용어는 일본인 학자 야나기 무네요시가 민중 속에 태어나고, 민중을 위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유통되는 그림이란 의미로 사용하였다. 따라서 민화란 서민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우리의 '고소설도'를 설명하기에는 못내 아쉬운 면이 있다.

왜냐하면 고소설도가 8첩 병풍이니 10폭 병풍으로, 여기에 자수로 수놓아진 병풍에, 화공(畵工)만 하여도 전문적인 도화서의 화원(畵員)에서 뜨내기 그림쟁이는 물론 사찰의 화승(畵僧)까지 그 폭이 자못 넓기 때문이다. 8, 10폭 병풍이 서민들의 안방에 놓였을 리 없고, 스님의 그림은 사찰의 벽화로 단청되었으니 딱히 서민층이라고 못 박을 수는 없다. 따라서 저자는 민화라는 명칭 대신 속화로 썼다.

속화는 장식장소와 용도에 따라 종류를 달리하는데 이를 화목(畵目)별로 분류하면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어해도(魚蟹圖작호도(鵲虎圖십장생도(十長生圖산수도(山水圖풍속도(風俗圖문자도(文字圖책가도(冊架圖무속도(巫俗圖고사도(故事圖) 등으로 나뉘는데 우리의 고소설을 그린 속화는 고사도에 속한다. 이 고소설을 그린 속화인 고사도는 크게 사찰의 벽화와 병풍, 그리고 화첩에 남아 있다.

구체적으로 사찰의 벽화에 그려진 '고소설도'는 경상남도 양산 통도사 명부전의 <삼국지연의도><토끼전도>, 용화전의 <서유기도>, 경상북도 상주 남장사 및 서울 신촌 봉원사의 <토끼전도>, 충북 제천시 덕산면 월악리 신륵사의 <삼국지연의도> 등이 그것이다.

병풍은 8폭 병풍이 대종을 이루며 조선민화박물관, 가회박물관, 경기대 박물관 등에 있다.

화첩은 일반 박물관이나 여염집에 소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이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