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전>과 <밀리언달러 베이비>

2008. 11. 22. 17:48글쓰기/이 세상은 사각의 정글이 아니다!

<우상전>과 <밀리언달러 베이비>


“복싱은 모든 것이 거꾸로다. 왼쪽으로 움직일 땐 오른쪽 발에 힘을 주고 오른쪽으로 움직일 땐 왼쪽 발에 힘을 줘야한다”


복싱의 아이러니다.

인생 또한 그러하다.

일류가 모르는 그 무엇을 삼류인 그들에게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2004년,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을 휩쓴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라는 영화가 있다. <밀리언달러 베이비>란, ‘허름한 가게에서 예상치 않게 얻은 보석 같은 물건’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라는 일흔 넷 된 사내가 제작․감독․주연까지 겸해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기에 더욱 놀랍다. 일흔하고도 넷이라는 나이는 영화인으로서도 또 한 남자로서도 꿈을 꿀 시기는 아니다. 그런데 작품 속에서 노인은 32살이나 먹은 보잘것없는 여자를 최고의 권투선수로 만든다.


연암 박지원의 소설 중에 <우상전>이 있다.

역관 출신이기에 꿈을 펴지 못하고 스물에 겨우 일곱 해를 더하고 죽은 자의 이야기이다.

우상의 재주는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는 보석임에 틀림없었다. 그때 만약 우상도 <밀리언달러 베이비>의 여주인공처럼 ‘그의 능력을 알아주는 인연’을 만났더라면 생은 달라졌을 것이고 요절하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중세를 살아간 그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쓰라린 마음으로 먼 하늘이나 올려 보았을 우상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