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를 들으며

2008. 7. 25. 09:47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매미 소리를 들으며


여조과목(如鳥過目, 나는 새가 눈 앞을 스쳐 감) 이라더니, 2008년도 벌써 한 허리춤을 휘돌아 총총히 지난다.

비 끝인지 아파트촌을 울리는 매미 소리가 제법 맑다.

매미는 ‘선연嬋娟’이라 한다. 곱고 어여쁘다는 뜻이다. 또 신선으로 탈바꿈하는 곤충을 닮았다고 해 ‘선세仙世’라고도 한다. 호메르스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피도 없고 배설을 하지 않으니 신과 같다 했고, 저 바다건너 서양 사람들은 꿈을 먹고 사는 가난한 음영吟詠 시인으로 매미를 비유하기도 하였다.


옛날 우리 선인들은 매미가 문, 청, 겸, 검, 신의 오덕五德을 갖추었다하고, 벼슬아치들이 본받아야할 징표로 삼았다.

오덕이란, 머리 모양새가 관의 끈이 늘어진 형상을 닮았다 하여 문文,

맑은 이슬만 마시고 평생을 살다 죽으니 청淸,

곡식을 먹지 않는다 하여 廉,

집 없이 살아 검儉,

허물을 벗고 노래를 불러 절도를 지켜내 신信이라 한다.

그래서 벼슬길에 오르는 양반들은 매미 날개와 머리 끈을 닮은 ‘익선관翼蟬冠’을 쓰는 것이다. 임금도 예외는 아니어서 정장에는 익선관으로 치장했으니, 매미가 갖고 있는 덕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익선관으로 치장만 한들 무엇 하랴. 어제도 오늘도 제 밥통 채우기에 여념 없는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 즉 우리 대한의 추한 지도자들 모습이 언론의 머릿기사마저 차지한다.

이 땅에 사는 백성으로서 매미의 덕을 갖춘 이를 기대하는 것이 참 어려운 일임을 살며 더욱 깨닫는다.

2008. 7. 25.

간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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