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업종과 교사

2008. 7. 26. 16:53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교권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만, 요즈음은 사실 그 정도가 심각합니다.

오늘 네이버 뉴스에서 이런 문제에 관한 한 기자의 글을 보았습니다.

기자가 한 교사와 인터뷰한 말을 그대로 인용하였는데, 교사의 말이 눈길을 잡아당깁니다.


“…나는 겨레의 스승이다.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에서 일주일 3번씩 수업을 해도, 거칠고 비뚤어진 심성으로 친구와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아이로 하루가 무거워도, 내 하루하루가 3D업종과 별반 차이가 없어도, 상상 이하의 박봉을 받아도 나는 괜찮다. 나는 좋다. 왜냐하면 새순과 같은 아이들과 같이 자라는 삶을 허락받아서다.”


저 선생님이 존경스럽습니다.

나도 고등학교 교사를 13년이나 했건만, 솔직히 한번도 교사란 직업이 “3D업종과 별반 차이가 없다”거나 “상상 이하의 박봉”이란 생각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아니, 나는 불운인지 저런 선생님을 단 한 분이라도 뵌 적이 없었습니다.

혹, 모든 교사들이 저 선생님처럼 자신의 직업을 ‘3D업종’‘상상 이하의 박봉’까지 감내하는 마음으로 교육에 임하는 것을 나만 모르는 것이 아닌가하니 내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저러한 선생님이 계시니, 분명 ‘대한민국의 학교는 학생들에게 있어 세계 제일의 무한 행복의 공간’일 것입니다.

그래 나도 잠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선생’이란 이름으로 불리니, ‘이 선생노릇을  ‘3D업종’으로 생각해 보아야겠다’고-. 허나 그만두기로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없어서입니다. 그리고 진짜 이유는 ‘3D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호되게 몰매를 맞을까 덜컥 겁나서입니다. 혹시라도 ‘3D업종’에 종사 운운을 저 분들이 들을까, 살며시 자판에서 손을 떼고 냅다 줄행랑을 놓습니다.

2008. 7. 26.

간호윤 살며시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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