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19. 10:45ㆍ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비가 내립니다.
어제는 30년도 훨씬 전, 까까머리시절의 중학교 동창들을 만났습니다.
장소는 동창이 경영하는 음식점. 대부분 동창이된 이래 처음보는 얼굴들이지만, 제 각기 추억의 끈을 잡고 공유한 과거를 살리려 애씁니다.
이어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합니다.
대기업 상무, 자영업, 회사대표, 카이스트교수, 헬스크럽 운영, … 말들이 천상유수입니다. 단단히 우리사회의 주역다운 연륜과 배짱이 배어있습니다. 갑자기 내가 참 궁색합니다. …자리를 제공한 음식점 동창 녀석 차례가 되었습니다.
“얘들아, 이렇게 만나 반갑다. 유붕자원방래하니 불여낙호라! ‘친구가 찾아오면 술 한 잔 주라’는 뜻 아니냐. …”
? ? ?. 아! 해석이 저렇게도?
시간이 흐르며 몇 안 되는 추억의 편린들이 동나고, 지금 사는 이야기들로 넘어섭니다. 직업만큼이나 생각도 제 각각입니다. 이 나이에 첫 장가든다고 청첩장을 슬며시 주는 녀석도 있습니다.
음식점 동창 녀석의 제 나름 해석이 그럴듯하다는 생각이듭니다.
돌아오는 길, 아슴아슴 눈길을 차장 밖 화려한 네온에게 건네 봅니다.
<논어>의 첫 구절을 중얼중얼 댑니다.
자왈: 학이시습지면 불역열호아? 유붕이 자원방래하면 불역낙호아? 인부지이불온이면 불역군자호?(子曰: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
공자 가라사되,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벗이 있어서 먼 곳에서 찾아오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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