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6. 11:45ㆍ글쓰기와 글 읽기/글쓰기
10년 간 번역한 원고이다. 출판사에서 온 2차 교정지를 다시 퇴고 한다. 인세는 단 돈 1원도 없다. 책 내주는 것만도 감지덕지 해야 될 판이다. 그나마 100부 찍을까?
인생 처세술, 아니면은 어린아이 책, 그마저 아니면 서양서적 번역. 우리 고전은 맥이 끊겼다. 한자 몇 자 보이면은 눈길조차 안 준다. ( 물론 개중에는 출판사에서 모셔가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리라. 거기에는 다 그만한 이치가 저러이러하게 있을터. 그게 내가 아닌데 어떡하랴.) 책을 벗어나면 물질은 연산군 시대보다 더 흥청망청이다. 온 나라에 노래소리 울리고 먹빵이 대세이다.
소주 한 병 사다 놓고 1잔 먹고 1줄 퇴고한다. 글줄이야 정답지만 세상사는 참 어렵다. 세상사 참 어렵다. 겨우 커피 2ㅡ3잔 값이거늘 그것 조차도 우리 삶, 우리 고전 사는 데는 이색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내 가진 깜냥이 이 길 밖에 없다. 돌부리에 채여 넘어지더라도 개신개신 일어나 남이 볼세라 고의춤 꽉 여며쥐고 신들메 고쳐매고 이 길을 가는 수 밖에. 동패서상(東敗西喪)의 삶일지라도 내 삶이요, 단 한 번의 연출이다. 누구를 탓하랴. 내가 선택한 길이거늘.
그래도 이 길 들어 선 것은 후회 않는다. 평생 농사꾼 내 아버지 지게 바수거리에 짐은 늘 나보다 많았다. 어금니를 앙다물고 누구나 그렇듯이 '무소의 뿔'처럼 간다.
다만 이 나라 이 땅에 사는 게 참 그렇다. 오늘은 술 맛이 아주 아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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