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 고(考)

2023. 2. 23. 19:35글쓰기와 글 읽기/글쓰기

깡패 고(考)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현 정권을 “깡패 날뛰는 무법천지, 대문 닫아야”라는 작심 발언을 하였다. 이를 두고 여당 권력자인 정 아무개가 “막말하는 자가 깡패, 인성 바닥”을 보였다는 기사가 뜬다. 2023년 이 대한민국 민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들의 ‘깡패’ 운운을 들을 줄은 작년 이맘 때쯤만해도 몰랐다. ‘정치깡패들이 설치던 무법천지 자유당 시절로 되돌아 간 듯하여 섬뜩하다. 

‘깡패’는 우선 패거리를 이루는 집단이어야 한다. 옛 문헌에 깡패는 보이지 않는다. ‘짝대기패’나 ‘무뢰배(無賴輩)’가 이에 해당 된다. 여기서도 패거리를 말한다. 한 사람이 깡패 우두머리나 일원은 될지언정 깡패는 못 된다. '깡패 같은 놈'은 모르겠지만.

깡패 어원은 아마도 일제치하에 만들어진 듯하다. 깡패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갱그(ギャング)’라하였는데, 당시 신문 기사에 보인다. 어울려 다니며 말썽을 일으키는 패거리인 ‘갱(gang)’을 일본식으로 부른 것이다. 사전을 보니 ‘갱그(ギャング)’ 역시 ‘폭력적인 범죄자의 무리(暴力的犯罪者の一団) ’정도로 해석을 달아놓았다. 

1974년에 간행된 『새우리말 큰사전』에서는 ‘깡패(gang牌): 폭력을 쓰면서 못된 짓을 일삼는 무리’라 설명 붙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인 듯하다. 즉 깡패의 ‘깡’을 ‘갱’에서 찾고 무리를 짓는 패(-牌)는 ‘갱단(gang團,범죄를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행동하는 폭력 조직의 무리)’과 동일시했다. ‘갱’이 된소리화하여 ‘깡’이 되고 패거리를 뜻하는 ‘패(牌)’를 붙였다는 말이다. 

정리해 본다. 이를 종합하면 ‘갱(gang)→갱그(ギャング)→깡패’로 되었으리라 추론이 성립된다. 갱(gang)이든, 갱그(ギャング)든, 깡패든, 조건을 갖추려면 ‘폭력’과 ‘집단[패거리]’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자유당 시절은 정치깡패 시대였다. 그들은 모두 패거리를 짓고 폭력을 썼다. 혼자서는 절대 깡패가 될 수 없다. 이재명 대표의 “깡패 날뛰는 무법천지, 대문 닫아야”는 맞지만, 국민의 힘 정 아무개의 “막말하는 자가 깡패, 인성 바닥”은 틀린 말이다. 

양보하여 ‘막말하는 자가 깡패, 인성 바닥’은 저 한 사람에 해당되기에 두려울 게 없다. 하지만 ‘깡패 날뛰는 무법천지’는 패거리들이기에 무서운 세상이다. 대문 꼭꼭 닫아걸어야만 한다. 정치깡패들이 설치던 자유당이라는 저 시절 역사를 생각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까지 떠오르니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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