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31) 지옥의 묵시록, 2차원적 좀비들 세상

2023. 4. 11. 11:33신문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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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31) 지옥의 묵시록, 2차원적 좀비들 세상 - 인천일보

2023년 4월 대한민국, 지옥의 묵시록(黙示錄)을 읽는 듯하다. ‘100년 만에 가장 일찍 핀 서울 벚꽃’이란다. 식물을 깨우는 적산온도가 치솟아서다. 정치에서 옮겨 붙은 듯한 이상 고온현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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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윤의 실학으로 읽는, 지금] (31) 지옥의 묵시록, 2차원적 좀비들 세상

 

 

2023년 4월 대한민국, 지옥의 묵시록(黙示錄)을 읽는 듯하다. ‘100년 만에 가장 일찍 핀 서울 벚꽃’이란다. 식물을 깨우는 적산온도가 치솟아서다. 정치에서 옮겨 붙은 듯한 이상 고온현상으로 산불 피해 10개 지역에 ‘특별재난지역’까지 선포하였다. “한국 저출산 원인은 남녀 갈등…헤어롤 반항 상징” 이탈리아 언론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보도한 제목이다. 2021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세계 최하위이다. 기자는 세계 최저 출산국이 된 이유를 남녀 갈등에서 찾았다. 최근 정부가 내 논 1주 최대 69시간 근로는 1953년 5월 10일 발표된 ‘1주일에 60시간 한도’라는 근로기준법을 70년 뒤로 후퇴시켰다. 2022년 경제성장률은 전년도에 비해 2.6% 하락했다. 국민총소득(GNI)은 3만 5373달러에서 3만 2661달러로 줄었으나 OECD 국가 중 자살률은 부동의 1위다. 정규직 379만 5천원, 비정규직 168만 1천원으로 양극화와 불평등은 더 심화되고 있다.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란 자와 그 수하들은 ‘개검(改檢,죽은 사람 시체를 파내어 검사하던 일)’, 엉터리 언론은 ‘기레기(언론+쓰레기)’란 멸칭(蔑稱)으로 불린다. 대충만 살펴도 현재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이다.

이쯤 되면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기게스의 반지(Ring of Gyges, 플라톤의 『국가』 2권에 나오는 마법 반지로 돌리면 투명인간이 된다. 기게스는 시체에게 훔친 이 반지로 왕비를 간통하고 왕위까지 찬탈한다.)’를 낀 듯한 대한민국 대통령은 마음껏 반지를 돌려댄다. 시행령 정치와 권력 농단, 술자리로 줄 세우기, 검찰 내세운 정적 잡기로 날을 지샌다. 양곡관리법은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 이죽거리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강제징용 해법은 더욱 해괴하다. 삼권분립이란 민주주의 국가 근본을 붕괴시키는 ‘반헌법적 태도’와 ‘제3자 변제’라는 상식 이하 궤변이다. 일본 일간지 기자 앞에서 친히 “내 생각”을 강조하고, “구상권 행사 않도록” 따위 오만과 망발도 서슴지 않는다.

빼앗기면 찾아올 수 있지만 주면은 찾아올 수 없다는 기본조차 모른다. 중국을 제쳐둔 ‘한‧미‧일 동맹’도 그렇다. 이런 현 대한민국 대통령의 굴종외교, 망발외교, 망령된 행동을 찬양하는 조‧중‧동과 아류 언론들, 여기에 ‘친일파라 불러 달라’, ‘밥 한 공기 먹기 캠페인’을 벌리자며 희영수하는 여당의원들도 있고 대통령실에서는 ‘최고 지도자’라 호칭한다니 그 퇴행적인 행태에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행태를 보고도 일부 국민들은 ‘묻지마 지지’를 한다. 대한민국 역사에 지옥의 묵시록을 집필 중인 저들의 태도를 넉 자로 줄인다. ‘사대주의’ 전통을 이어받은 ‘식민사관’이다.

하지만 촛불도 이런 괴물들 앞에 가물가물 꺼져간다. 엊그제 “윤석열 굴종외교, 국민심장 찔러”라며 ○○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보았다. ‘126명 서명에 그마저 참여 교수는 14명, 학생 150명 현장 응원’이란다. 저 대학 교수와 학생이 몇 명인가? 그러나 이런 성명조차 내는 대학과 교수가 고작 몇 곳, 몇 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학에서조차 집단지성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집단지성’이 사라진 자리에는 ‘정치 혐오증’이 차고앉았다. 부모 자식 간에도, 친구 간에도, 사제 간에도 ‘정치 이야기를 하지마라’가 이 나라 금언이 되어버렸다.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다시 읽어본다. 20년 전 책꽂이 깊숙이 넣어 둔 책을 찾아 먼지를 턴다. 이 책은 ‘포스트콜로니얼리즘(탈식민주의: postcolonialism) 시대의 책 읽기’란 부제를 달았다. 제국주의가 붕괴한 20세기 중반, 세계의 많은 국가들은 우리처럼 탈식민주의를 겪었다. 식민지 백성들은 가면을 썼다. 제국주의를 닮으려는 처절한 생존방법이었다. 해방이 되었지만 몸에 각인된 식민지 기억[가면]은 시간이 지나도 불가역적 상흔으로 남았다. 이런 식민지 백성들은 2차원적인 좀비가 되었다. 한 차원은 식민지배 이전 백성으로, 한 차원은 피식민지 동화 백성으로, 자가 분열하여 정체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 기억으로부터 벗어나기가 ‘탈식민주의’이다. 탈식민주의는 비판과 성찰을 통한 식민지 극복담론이요, 실천방법인 셈이다.

그 실천 주체는 둘로 나뉜다. 식민지배를 당한 나라가 주체가 될 때, 탈식민주의는 피해자의 저항이 된다. 식민지배를 한 나라가 주체가 될 때, 탈식민주의는 가해자의 반성이 된다. 프란츠 파농은 흑인이다. 프랑스령(領) 마르티니크 섬 출신의 프란츠 파농(Frantz Fanon)은 식민 지배를 경험한 제3세계는 진정한 해방을 위해 몸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자기 정체성(아이덴티티:Identity)’을 찾자고 역설한다. 피지배 검은 피부 흑인으로서 지배 민족인 백인을 동경하여 썼던 ‘하얀 가면’을 벗어버리자는 운동이다. 지금으로 부터 71년 전, 1952년이었다.

이후 파농이 주장하는 ‘자기 정체성’ 운동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제3세계 흑인과 백인의 상호 호혜 평등으로 이어지며 ‘네그리튀드(ngritude, 흑인성(黑人性), 흑인 스스로 흑인을 존엄하게 바라보는 복권 운동)운동’을 정착시킨다. 만델라가 흑인 만델라로, 하얀 가면을 벗고 검은 피부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정체성을 찾게 되고 탈식민주의가 완성된다. 제국주의 지배 이전의 자국 문화는 회복되었고 새로운 정부에 의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정체성이 살아나고 식민지 상흔엔 비로소 딱지가 앉았다. 여기에는 식민지배 국가의 철저한 자기반성도 한몫했다. 이런 역사적 상황은 탈식민주의 문학으로도 나타났다.

​이 책을 통해 본 저들은 ‘한국인으로서 정체성 분열’이요, ‘식민지 민중의 의존 콤플렉스’이다. 기차에서 구두 신은 채 앞 좌석에 발 올리는 비례(非禮), 폭언, 위협하려는 태도와 몸짓, 법을 빙자해 정적에게 가하는 위해(危害), ‘없을 무’자에 환장한 듯 국민조차 안중에 없는 무뢰(無賴), 무식(無識), 무지(無知), 무도(無道), 무치(無恥),… 따위는 일부 식민지 백성이 ‘하얀 가면’을 썼을 때 하는 일관된 작태들이다. ㅇ.7%의 대통령이 쥐 밑살 같은 깜냥으로 개방귀 같은 말을 하거나 말거나 관심 없는 백성들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저들의 몸속에서는 전형적인 식민지 세균이 지금도 활동 중임을 증명한다. ‘하얀 가면’을 눌러 쓰고 일본‧미국에 대한 자발적 굴종과 예속, 병리학적 증상인 맹목적 흠모와 동경을 보낸다.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찾지 못한 저들이 휘젓는 세상, 2023년 잔인한 4월의 대한민국, 역사에서 영원히 유배당할 ‘하얀 가면’ 쓴 2차원적인 좀비들이 오늘도 연신 기게스의 반지를 돌려대며 지옥의 묵시록을 쓰고 있다.

▲ 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문학박사):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휴헌(休軒) 간호윤 (簡鎬允·문학박사): 인하대학교 초빙교수·고전독작가(古典讀作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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