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2019. 8. 12. 15:35연암 박지원 평전

<비가 내린다>

 

오랜만에 붓을 들었다. 비가 내리신다. 제법 굵은 빗방울이 휴휴헌 창을 때린다. 하늘도 온통 짙은 회색이다. ‘오늘의 날씨에서는 태풍 레끼마영향 때문이라 한다. 옛날에야 그냥 가을을 재촉하는 비일 뿐이었다. 오늘이 음력으로 712일이니 칠월도 완연 중순에 접어 들었다. 우리 속담에 칠월 장마는 꾸어서 해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7월에는 으레 장마가 있다는 말이니 으레 있는 비오는 날 중, 하루일뿐이다.

 

빗방울 소리를 뚫고 칠월의 매미 소리도 한창이다. “그늘 밑 매미 신세[팔자]”라는 속담이 있다. 부지런히 일하지 않고 놀기만하며 편안히 지내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불현듯 내가 꼭 저 매미 신세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손톱으로 물만 튀기고 앉아있는 것도 아니요, 먼눈을 팔고 있는 것도 아니다. 6월 중순부터 시작하여 7월도 열이틀이 지나도록 제대로 읽은 책 한 권, 쓴 글 한 편 없다. 그래도 명색이 글 쓰고 책보는 것을 업으로 삼는 내가 아닌가.

 

글 쓰고 책 보려는 의욕이 영 부실하다. 2월에 넘어간 원고가 아직도 출판사 창고에 있어 의욕을 상실했다는 그렇고 그런 변명도, 그저 궁색할 뿐이다.

이쯤이고 보니 내가 꼭 어정칠월격이다. ‘7월은 딱히 농번기도 아니라 하는 일 없이 어정거리다가 지나가 버린다는 뜻이다. 고양이 발걸음처럼 세월은 시나브로 오고간다. 11초도 나를 위해 멈추지 않는다. ‘비 맞은 중 담 모퉁이 돌아가는 소리로 궁시렁궁시렁해 봤자 강태공도 아닌들 지나간 세월을 낚아올 방법은 없다.

 

그래 그런지 으레 듣는 장맛비소리가 오늘은 왜 그런지 눈에 모를 세우는 대드는 세상살이처럼 매섭다.

 

2019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