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제사를 모시며

2018. 12. 12. 09:00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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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기고이다. 늘 축문을 쓸 때마다 걸리른 글자가 있다. '효손 호윤'이다. '효손'-내가, 내 손으로 효손이라 쓰자니 참 면구스럽고 민망하다.
할머니는 서울로 전학 온 나를 따라오셔서 끼니를 챙겨주셨다. 그리고는 내가 학교서 돌아올 때까지 한 관에 15원 셈처주는 도라지를 까셨다. 할머니 손은 도라지껍질처럼 거칠었다. 그 15원은 나와 할머니의 저녁반찬값으로 쓰였다. 그렇게 내 초.중.고 10여년을.
대학을 마친 내가 뒤늦게 군대 가는 날, 할머니는 집 앞 지팡나무에 의지하여 나를 배웅해 주셨다. 할머니의 옥양목 저고리는 내가 동구를 벗어날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게 할머니와 마지막이었다.
첫 휴가를 와서야 난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알았다. 할머니의 고염상에서 내 인생에 가장 처음으로 대성통곡을 하였다. 생각해보니 이미 30년도 넘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