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4. 4. 10:38ㆍ간호윤의 책들/새로 나올 책들
<선현유음> 개정판을 내며
14년만에 <선현유음> 개정판을 낸다. 2003년 그해 여름, 달랑 옷 하나 걸치고 교정작업을 하던 생각이 난다. 그땐, 참 꿈도 많았던 듯하다.
아래는 개정판에 넣은 글이다.
『선현유음』 개정판에 부쳐
2003년 한여름, 3년간 매달렸던 『선현유음』을 탈고하고 머리말을 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로부터 얼마 뒤 출판사는 사라지고 책은 절판되었다. 오늘 ‘『선현유음』 개정판에 부쳐’를 쓰며 책날개 저자 사진을 보니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선현유음』은 17세기 경, 누군가가 선집, 필사한 한문소설집이다. 『선현유음』처럼 8편이나 되는 작품이 한 권으로 묶인 한문소설집은 김일성대학 소장의 『화몽집』 뿐이다. 『화몽집』 역시 17세기경 편찬된 것으로 9편(<피생명몽록>은 서두만 있기에 실질적으로는 8편이다)이 필사되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선현유음』 편찬자의 필사 선집 의식이다. <최선전>과 <강산변>을 제외한 모든 작품이 애정전기소설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현전> 같은 경우는 이 소설집에만 필사된 유일 작품으로 중국에서 수입된 애정전기소설이 토착화한 작품이다. <최현전>에는 우리 국문소설에 보이는 설화가 다량 보인다. <최현전>은 분명 우리 애정전기소설의 서사문법을 흔들어 놓은 작품이다.
하지만 『선현유음』이 2003년 8월, 활자화되어 세상 빛을 본 지도 10여 년이 넘었건만 필자는 아직까지 <최현전>에 대해 제대로 언급한 연구서도 연구자도 만나지 못하였다. 국내에 문헌으로 남아있는 애정전기소설 편수를 꼽아본다면, ‘이 또한 우리의 연구 풍토로 이러하거니’하는 생각마저 든다.
2003년 8월, 『선현유음』 머리말 말미에 “근년 들어 17세기 소설, 특히 애정전기에 대한 자료의 발굴과 연구 진전을 통하여 우리의 고소설사가 점점 풍요로워지고 있다. 이 『선현유음』 으로 그 풍광이 더욱 아름다웠으면 한다”라는 희망사를 써놓았다.
2017년 3월, 『선현유음』 개정판을 내며, 우리 국문학, 특히 ‘고전문학의 희망은 어디쯤에 있을까’를 곰곰이 생각하며 머리말을 쓴다.
이런 시절-, 출판 상황이다. 『선현유음』 개정판은 독자와 연구자를 고려하여 상·하 두 권으로 나누었다. 상권에는 번역, 하권에는 『선현유음』에 대한 소설사적 의의를 짚은 논문과 원문 교감, 그리고 영인을 수록하였다. 『선현유음』 개정판을 매만져 준 경진출판사 양정섭 선생님께 고맙다는 글 한 줄 어찌 매몰차게 삼갈 수 있겠는가.
“고맙습니다.”
2017년 4월 『선현유음』 개정판을 내며 휴휴헌에서 간호윤 몇 자 적바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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