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떡전거리(병점) - 고려속요

2016. 8. 3. 17:06간호윤의 책들/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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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뭐해시여.아! 속요집 보고 계시네. 봄볕도 따뜻한데 뒷장

에 있는 아부지 편지 다시 한번 읽어 드려여."

 "그랴, 그래줄랴."


 달님이에게

 솔이가 이 글을 읽어 주는 걸 보니 시방 글자를 아는가 봐.이렇게라두 글 멫 자를 남겨야 쓰겄기에 . 생각해보니깐두로 짤따면 짤꼬 길다문 긴 시월, 달님이가 내 인생의 꽃시절이여, 꽃님이 언니를 끝까지 돌봐주구, 또 우덜 아덜인 솔이를 나주어서두 고마워여.

 난 이 글을 삼별초 만나기루 한 곳으루 가다가 한 주막에서 쓰는 거여. 그리구 이게 이 속요집의 마지막 장이여.

 달님이 기억나. 내가 심을 찾는다며 떡전거릴 떠나던 그날을. 그 때 난 시상물정 모르는 떡전거리 애숭이였어. "힘이 없으면 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지킬 수 없단다"라는 죽이 아씨 말을 듣기 전에 말이여.

 옴나암니 따질 것두 읍시여. 관군에게 아부지를, 회회아비에게 엄니를, 몽고군에게 달님이 엄니를, 죽이 아씨, 그리구선두 동이를 잃은 것두 모두 심이 읍서서여, 우덜 나라 고려에 몽고가 쳐들어와 백정들이 이렇게 괴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두 모두 심이 읍서서여.

 츰에는 일연 시님처럼 글을 아는게 심이라고 여겼어. 심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글을 알았으니깐두루. 허지만 인저 생객해보니 그게 아니여. 가만 보니 글을 죄다 이용만할 뿐이여. 글을 지 베실이나 읃으려는 수단으로 여기구 한낱 지식나부랭이를 배워 자랑할 뿐이여.

 담엔 심이 권력에 있는 줄 알았어. 우덜과는 사램살이가 다른 접싹 강화에 사는 지덜을 보구 말이여. 지덜의 호화로운 삶과 향락의 극치는 심이 있어서라구 생객한 거여. 근데 그것은 깡그리 잘못된 거여. 한창 뒤에야 그게 증말이 아니라 그짓부렁이란 걸 알았써. 암만 생각해두 그것두 심이 아니여. 그건 부정과 부조리를 맹글면 맹글지, 결코 심이 될 수 없거들랑. 우덜 백정의 피와 살로 살아가는 지덜의 권력이 워떻게 심이라 할거여.

 그랴, 나는 동이가 그렇게 죽구, 아픈 맴으루 돌을 깨다가 노래를 부르다 비로소 깨달은 거여. 심은 우리 엄니가 불렀구 달님이두 부르구 나도 부르는 우덜 노래라구. 나는 그때 가서야 아부지가 왜 우덜 노래를 모은 속요집을 만들려는지 앙거여. 우덜이 부르는 노래는 몸에서 나와 ㅁㅁ으로, 몸으루 흘러, 우덜이 엎으러지구 너메져두 일어나 시상을 살아 내게 하는 심이 있시여.

 그런 우덜 노래가 궁중 노래가 되구서 변한 것을 봤어. 지덜의 궁중 노래는 한낱 향락을 부추기는 장난질이지, 허수애비같이 헛것이여. 심이 아니여. 암만, 노래는 티 없시 말꾸 진실한 양심으로 불러야하능 거여. 그건 우덜만이 가질 수 있는 순박한 몸이라야 마음이라야 해여. 몸으로 울구, 웃구, 참아내구, 이겨내구, 그렇게 색혀낸 우덜의 노래여서여. 이런 노래가 온 고려 땅에 불려야 이 나라에 말간 역사가 흘를거여.

 '소 심도 심, 새 심도 심'이라구 하거들랑. 그저 내 깜양대로 말간 맴으로 살아내면 된다는 뜻매김이여. 그래 내가 이 속요집을 묶어 그 심을 모은 거여. 이 심을, 이 나라 고려 백성들의 몸의 노래를 자석들에게 물려주려 말이여. 그래문 우덜 자식들도 우덜을 숭보지 안을 거여. 그런 조상을 누가 숭을 보것어. 숭보는 눔이 잘못이지. 앙 그리여.

 달님이!

 나는 이 나라, 고려 사램들이 이 속요집의 노래를 불르면 좋겄어. 그리야. 그런 나라를 만들고자 삼별초군이 되려는 거여. 내 쬐고만 심이지만 자랑스럽고 떳떳한 나라를 맹그는데 도리깨질이래두 하구 싶어. 우덜 아덜 솔이도 이 아부지가 그렇게 사는 것을 맴속으로 바랄거여.

 그리워, 달님이! 고마워.

 숭 읍는 말간 삶을 살아줘서, 살아생전 우덜이 다시 만날지 몰러두 달님이는 영원히 내 맴속에  있을 거여. 그러니 돌이가 읍서두 달님인 혼자가 아니여. 저 속요집에 있는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 끊어지릿가"마냥.

 달님이!

내 삶은 이 나라 역사를 말갛게 하려는 거여. 그러니 이별을 너무 서러워마.

 운제 또 다시 만날지 몰러. 야중에 다시 만나면 그땐, 곰이 헝, 꽃님이 언니, 솔이, 달님이하구나, 우덜 모두 떡전거리에 가서 잘 살자, 잉.


삼별초군으로 떠나며 떡전거리의 돌이가 달님에게 멫 자.


-구슬이 바위에 떨어진들중에서(간호윤교수)-

출처 : 화성시향토문화연구
글쓴이 : 소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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