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라는 잡문집을 수정하며

2016. 6. 28. 12:47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1.

<사이비>라는 잡문집을 수정한다. 난 정말 사이비인지도 모른다.

문득 그 날 일이 떠오른다.
지금으로부터 4개월 전, 2016219일 금요일 오전 1153분 다정다감하고는 선천적 거리(?)를 두고 있는 딸아이에게 카톡이 왔다.(카톡방은 나, 집사람, 딸 아이와 아들만의 공간이다.)
아빠 나 샘터기자로 취직함
우리 세 식구는 동시에 반응을 보였다. 직업으로서 축하할만한 일이기도 하지만, 샘터사였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글 쓰는 나 아닌가. 더욱이 이 각박한 세상, 훈훈한 인간 향내를 풍기는 샘터사다.
바로 이러한 문자를 보냈다.
 
샘터면 의식 있는 출판사.”
맞아. 00이가 글 쓰는 일로 돌아와 기분 좋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안이 다 그런 쪽이네. 축하. 의식 있는 기자되렴.”
 
얼른 전화를 해 보니 월요일부터 출근을 하라고 했단다.
 
내 딸 아이는 한신대학교 문창과 출신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매일경제에 들어갔고 다시 잡지사, 자라라는 패션회사를 다녔지만 안정을 찾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고 문창과 출신이면서도 디자인을 배워 취업하는 등 나름 제 갈 길을 찾았기에 개의치 않았다. 의식이 뚜렷한 아이 아닌가. ‘아하! 드디어 내 딸아이의 잠재력(순간적인 표현력이 참 좋다.)을 알아주는 출판사가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꼬리를 슬며시 물었다.
아빠로서도 뿌듯했고 또 내가 글을 써서인지, 으쓱한 마음에 종두득두라는 녀석도 말참례를 해댔다. ---. 그러다 순간, ----세상 경험 적지 않은 내 마음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샘터사 정도 되면 쟁쟁한 스펙을 자랑하는 아이들이 많이 지원하였을 텐데----. 세상이 바뀌었나보구나,---. 그렇지 세상은 역시 살만한---’
이런 생각을 하며 손수건 반 장 크기만한 서재 밖을 쳐다보았을 때였다.
카톡!”하고 문자가 왔다. 그렇게 큰 카톡 소리는 처음이었다.
잠깐만
딸아이에게서 온 문자는 단 석 자였다. 시간은 1218분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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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는 월요일 출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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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한참이 지난 후, ‘편집장이 전화해서 합격 취소했고---위에서---그래 어쩔수 없이---  미안하다는 요지의 글도 받았다.’라는 말을 아내에게 들었다.

분명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더욱이 있을 수도 없는 일의 결과는 '죄없는 내 딸의 가슴아픔'이란 문책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러한 일이 내 딸에게 일어났건마는,------- 나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난, 딸아이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이런'----- 의식있다는 출판사도 , 글을 쓴다는 아빠도 , 사장이란 어른도, -----모두가 진짜인 척하는 가짜일지도-----'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자꾸만 들었다.  저들이나 나나 그렇게 사이비들이었다.


2016311일 금요일 난 딸아이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00! 요사이 힘들지. 금수저 아니라서^^---. 그래도 네가 씩씩하게 사회 생활하는 게 아빤 자랑스럽다. 카르페디엠!”
딸아이는 바로 이런 문자를 보냈다.

금수저 안 부러움~아빠도 카르페디엠!!”


2.

(사이비)라는 잡문집을 내 볼 생각이다. 원고를 들고 인근 공원을 찾아 들었다. 원고를 읽어본다. 내 세상 사는 이야기ㅡㅡㅡ참 ㅡㅡㅡ그렇다. 이 원고가 책으로 간행될 지 모르겠다.
비라도 한줄기 쏟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