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의 간호윤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기

2013. 10. 30. 10:40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우여곡절의 간호윤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기

 

우여곡절 1.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회장님과 지수님은 만면에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면서도 얼른 사태를 수습하였다.

괜찮아요. 기록측정이 무슨 문제에요. 잊고 최선을 다하세요.”

그래요. 천천히 완주할 생각만해요.”

올 해 2, 뱃살빼기를 목표로 내 마라톤 인생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06, 부천마라톤을 완주하고 3주 만인 1027, 풀코스에 도전한 내 마라톤사는 저렇게 시작되었다.

우여곡절로.

 

완주가 목표다.’

몇 번이고 되뇌었다. 처음 도전하는 마라톤 풀코스다.

춘천, 가을의 공활한 하늘은 파랗고 날씨도 마라톤하기에 적당하였다. 들은 대로 마라톤 코스가 아주 좋았다. 누누이 제 페이스를 지켜야 완주한다는 말을 들었기에 천천히 뛰었다. 오른쪽 무릎에 문제 있음은 이미 알고 있기에 더욱 조심하였다.

발걸음도 제법 가벼웠다. 2킬로쯤 뛰었을까.

그거 어디 있어요?”

지수님이 내 운동화를 보며 물었다. 어느새 따라온 것이다. 지수님은 배번 없이 참가한 나에게 ‘F9345’란 자기의 배번을 주었기에 후미에서 출발하였다. 옆에는 회장님도 보였다.

그거라니요?”

! 하얗고 동그란 칩 없었어요? 그걸 운동화 끈에 매어야 기록측정이 되는 건데.”

회장님도 의아한 듯이 내 운동화와 얼굴을 번갈아 쳐다본다.

생각해 보니 옷을 갈아입고 지수님이 준 배번주머니를 열었을 때 배번과 함께 동그란 칩 같은 것이 보였다. 그렇잖아도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고 잠시 만지작거렸었다.

! 그거요. 보긴 봤는데 어디에 쓰는 것인지 몰라서 버릴까 하다 가방에 그냥 넣었는데요. 그거 상표 아니에요?”

!!!!!”

일순, 회장님과 지수님의 얼굴에 뜨악한 표정을 보며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음을 비로소 알았다. 칩을 운동화에 달아야 기록 측정이 된다는 사실을 난 그제야 알았다.

! 이런, 이런 바보를 보았나.”라는 탄사가 절로 나왔다. ‘모르면 길을 가는 아이를 잡고라도 물어야한다는 연암 박지원 선생의 말이 생각났다.

이렇게 내 42.195킬로미터의 우여곡절은 시작되었다.

 

우여곡절 2. ‘제 페이스를 지켜라.’

너무 빨라요. 완주가 목표라고 하였지요?”

사람들이 추월해도 신경 쓰지 말아요. 내 페이스만 유지하면 완주할 수 있어요.”

일흔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건장한 체격의 노인께서 내 발걸음을 잡았다. 이미 마라톤 풀코스를 30회 완주 기록과 울트라 마라톤 기록까지 소유한 분이었다.

저 멀리 경치를 봐요.”

언덕을 올라갈 때는 허리를 굽히세요.”

또 걸음발이 빨라지네요. 지금 오버 페이스하면 30킬로미터쯤 가면 못 뛰요.”

제 페이스를 지킨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내 발걸음 흐트러질 때마다 그 어른은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건장한 체격의 노인께선 나를 27킬로미터까지 이끌었다. 신기한 것은 내 페이스를 유지해서인지 하프를 지났는데도 전연 숨이 차지 않았다. 분명 부천마라톤 하프를 뛸 때는 17킬로 지점부터 숨이 차 걷다 뛰다하였는데 말이다.

난 허리가 아파 함께 못 갑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뛰세요. 35킬로 넘으면 맘껏 뛰세요.”

, 고맙습니다. 어르신, 천천히 오세요.”

얼마 전 허리 수술 하신 노인께서는 통증으로 30킬로미터쯤에서 나에게 먼저 가라고 손짓하였다. 4시간 40분을 단 페이스메이커가 눈앞에 보였다.

제 페이스를 지켜라.’의 소중함을 알려 주신 분. 내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기의 우여곡절은 바로 그 분이었다.

 

우여곡절 3. “고맙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많은 분들이 내 옆에 있었다.

2월 처음 마라톤에 입문하는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고 두 번의 대회에 참가토록 이끈 전창호 회장님, 자신의 배번을 흔쾌히 넘겨 준 김지수 님, 부천마라톤에서 나를 달고 뛴 정연희 님, 그리고, 시종을 함께한 김명수 님, 배진안 님, 서현근 님, 김명균 님, 오재현 님, 조명열 님, 김학경 님, 이상범 님, 김광배 님, 정봉근 님 모두 고맙습니다.

내 첫 마라톤 풀코스 도전기의 우여곡절은 바로 이 분들이었다.

고맙습니다란 말을 진심으로 놓는다.

 

우여곡절끝에 내 춘천마라톤 첫 풀코스 도전은 성공하였다. 6시간 완주를 목표로 한 계획을 한 시간 쯤 앞당겨서.

 

휴헌 간호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