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협의 <문심조룡>에서

2013. 1. 22. 08:08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유협의 <문심조룡>에서

 

 

知音第四十八(지음제사십팔)


知音其難哉(지음기난재) : 문학의 비평은 아마도 어려운 것일 것이다

音實難知(음실난지) : 문학이란 실제로 알기가 어렵고

知實難逢(지실난봉) : 비평가를 실제로 만나기란 어려운 것이다

逢其知音(봉기지음) : 그러한 비평가를 만나기란

千載其一乎(천재기일호) : 아마도 천년에 한 사람이 있을 것인저

夫古來知音(부고래지음) : 옛날부터 비평가란

多賤同而思古(다천동이사고) : 동시대인을 경멸하고 고인을 사모하니

所謂日進前而不御(소위일진전이불어) : 이른바 “일상은 앞에 지나가는데 잡지 않고

遙聞聲而相思也(요문성이상사야) : 아득히 소문만 듣고서 서로 생각만 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昔儲說始出(석저설시출) : 옛날 한비자의 <저설(儲說)>에서 비로소 나왔으니

子虛初成(자허초성) : 사마상여(史馬相如)의 <자허부(子虛賦)>가 처음 지어졌을 때

秦皇漢武(진황한무) : 진시황(秦始皇)과 한무제(漢武帝)는

恨不同時(한불동시) : 그 저자와 시대를 같이 하지 못함을 한스러워 했다

既同時矣(기동시의) : 그러나 동시대인(同時代人)임이 이미 밝혀지자

則韓囚而馬輕(즉한수이마경) : 한비자는 감옥에 갇히고 상여는 경솔한 무리라 했으니

豈不明鑒同時之賤哉(기불명감동시지천재) : 어찌 동시대인이 천하다고 살핌이 분면하지 않겠는가


至於班固傅毅(지어반고부의) : 반고와 부의에 있어서

文在伯仲(문재백중) : 문재(文才)는 백중했는데

而固嗤毅云(이고치의운) : 반고가 부의를 비웃어 말하기를

下筆不能自休(하필불능자휴) : “그는 붓을 들면 끝맺음을 잘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及陳思論才(급진사론재) : 그리고 진사왕 <조식>은 작가의 재능을 논함에 있어서

亦深排孔璋(역심배공장) : 공장 <진림>을 심하게 배척했고

敬禮請潤色(경례청윤색) : 경례 <정이(丁廙)>가 문장에 추고를 청한 것에

歎以為美談(탄이위미담) : 탄복하여 그를 칭찬하였고

季緒好詆訶(계서호저가) : 계서 <유수(劉修)>는 남의 문장을 헐뜯기를 좋아해서

方之於田巴(방지어전파) : 궤변가 <전파(田巴)>와 비교하였다

意亦見矣(의역견의) : 여기서 또한 조식의 의도가 나타난다

故魏文稱文人相輕(고위문칭문인상경) : 그러므로 위(魏)나라 문제(文帝)가 “문인들은 서로 경멸한다.”라고 말한 것이

非虛談也(비허담야) : 헛된 말은 아닌 것이다

至如君卿脣舌(지여군경순설) : 또 군경 <누호(樓護)>의 말에 이르면

而謬欲論文(이류욕론문) : 오류를 범하면서도 문학을 논하고자 하여

乃稱史遷著書(내칭사천저서) : “<사마천(史馬遷)>이 <사기(史記)>를 저술하고

諮東方朔(자동방삭) : <동방삭(東方朔)>에게 자문했다.”고 했다

於是桓譚之徒(어시환담지도) : 이에 <환담(桓譚)>의 무리들이

相顧嗤笑(상고치소) : 서로 돌아보며 그 자리에서 비웃었다

彼實博徒(피실박도) : 그는 실로 박식한 사람이지만

輕言負誚(경언부초) : 경거망동한 언사로 비난을 산 것이다

況乎文士(황호문사) : 하물며 문사(文士)에 있어서랴

可妄談哉(가망담재) : 가히 망령된 말을 삼가야 옳은 것이다

故鑒照洞明(고감조동명) : 그러므로 밝은 통찰력이 있으면서

而貴古賤今者(이귀고천금자) : 옛날을 귀히 여기고 현세를 천시한 자들은

二主是也(이주시야) : <진시황(秦始皇)>과 <한무제(漢武帝)> 두 임금을 들 수 있고

才實鴻懿(재실홍의) : 실로 재주가 크고 뛰어나면서도

而崇己抑人(이숭기억인) : 자기를 높이고 남을 누른 자들은

班曹是也(반조시야) : <반고(班固)>와 <조식(曺植)>이 이러한 사람이다

學不逮文(학불체문) : 학문으로 문학에 미치지 못하면서

而信偽迷真者(이신위미진자) : 위선을 믿고 진실에 미혹한 자는

樓護是也(루호시야) : <누호(樓護)>가 이러한 사람인 것이다

醬瓿之議(장부지의) : 양웅의 저작(著作)이 항아리의 덮개와 같이 천한 것이 된다는 유험의 의론이

豈多歎哉(기다탄재) : 어찌 지나친 한탄이 되겠는가


夫麟鳳與麏雉懸絕(부린봉여균치현절) : 기린·봉황과 사슴·꿩 사이에는 현격한 간격이

珠玉與礫石超殊(주옥여력석초수) : 진주·보석과 자갈·돌맹이는 와전히 다른 것이다

白日垂其照(백일수기조) : 그 실체는 빛나는 태양이 비쳐 밝아지고

青眸寫其形(청모사기형) : 육안의 푸른 눈동자에 의해서도 그 형태가 드러난다

然魯臣以麟為麏(연로신이린위균) : 그런데도 노(魯)나라 신하들은 기린을 사슴으로 알았고

楚人已雉為鳳(초인이치위봉) : 초(楚)나라 사람들은 꿩을 봉황으로 알았다

魏氏以夜光為怪石(위씨이야광위괴석) : 위(魏)씨는 야광주를 괴석(怪石)으로 알았고

宋客以燕礫為寶珠(송객이연력위보주) : 송(宋)나라의 손은 평범한 돌을 보석으로 삼았다

形器易徵(형기이징) : 형체를 가진 그릇은 징험하기 쉬운데도

謬乃若是(류내약시) : 오류가 이와 같고

文情難鑒(문정난감) : 문장의 정취를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誰曰易分(수왈역분) : 누가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하겠는가


夫篇章雜沓(부편장잡답) : 문학 작품은 다종다양하고

質文交加(질문교가) : 형식과 내용이 교착되어 있으며

知多偏好(지다편호) : 사람들의 평가는 편파성이 많아

人莫囿該(인막유해) : 원만성을 갖추기가 어려운 것이다

慷慨者逆聲而擊節(강개자역성이격절) : 성품이 강개한 사람은 성원하는 자를 맞아 박자를 칠 것이며

醞藉者見密而高蹈(온자자견밀이고도) : 생각이 온건한 사람은 주밀한 작품을 보고 고답적이 될 것이고

浮慧者觀綺而躍心(부혜자관기이약심) : 천박한 문사는 기려한 작품을 보고 마음을 들뜨게 할 것이며

愛奇者聞詭而驚聽(애기자문궤이경청) : 기벽성(奇癖性)을 좋아하는 사람은 궤변적인 것을 듣고 귀를 기울일 것이다

會己則嗟諷(회기즉차풍) : 이렇게 자기에게 맞으면 찬탄하고 노래할 것이나

異我則沮棄(이아즉저기) : 나와 다르면 막아서 버릴 것이다

各執一隅之解(각집일우지해) : 각자가 한 부분의 편벽된 이해력을 가지고

欲擬萬端之變(욕의만단지변) : 만단(萬端)의 변화에 대처하려고 하는 것이다

所謂東向而望(소위동향이망) :이른바 이것은 “동쪽을 향해서 보아도

不見西墻也(불견서장야) : 서쪽의 벽은 보이지 않는다.”과 같은 것이다


凡操千曲而後曉聲(범조천곡이후효성) : 천편의 곡을 연주해야 소리를 알고

觀千仞而後識器(관천인이후식기) : 천 개의 칼을 보아야 칼의 성능을 안다.

故圓照之象(고원조지상) : 그러므로 원만하게 관조된 심상은

務先博觀(무선박관) : 먼저 많은 작품을 읽는데 힘써야 한다

閱喬岳以形培塿(열교악이형배루) : 높은 산을 봄으로써 작은 구릉(丘陵)의 모습을 형상화 하고

酌滄波以喻畎澮(작창파이유견회) : 푸른 파도를 헤아려 봐야 작은 흐름은 알게 된다

無私於輕重(무사어경중) : 작품의 평가에 사심을 없애고

不偏於憎愛(불편어증애) : 개인의 애증(愛憎)에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然後能平理若衡(연후능평리약형) : 그런 후에야 저울처럼 공평하게 처리하고

照辭如鏡矣(조사여경의) : 거울처럼 문장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是以將閱文情(시이장열문정) : 이 때문에 장차 문학의 문장의 실정을 살피려면

先標六觀(선표륙관) : 먼저 여섯 가지 평가기준을 설정해 두어야 한다

一觀位體(일관위체) : 첫째로 작품의 형태를 살펴야 하고

二觀置辭(이관치사) : 둘째로 조사(措辭)를 살펴야 하고

三觀通變(삼관통변) : 셋째로 전통의 계승과 변혁을 살펴야 하고

四觀奇正(사관기정) : 넷째로 정통적인가 이단적인가를 살펴야 하고

五觀事義(오관사의) : 다섯째로 내용과 주장은 어떠한가를 살펴야 하고

六觀宮商(륙관궁상) : 여섯째로 음악적 효과를 살펴야 한다

斯術既形(사술기형) : 이러한 방법이 이미 형성되면

則優劣見矣(즉우렬견의) : 문장의 우열도 드러날 것이다


夫綴文者情動而辭發(부철문자정동이사발) : 대개 작가는 심정의 움직임을 언어로 표현하는데

觀文者披文以入情(관문자피문이입정) : 문장을 감상하는 사람은 문장을 통해서 작자의 심정으로 들어간다

沿波討源(연파토원) : 물결을 따라 원천(源泉)을 검토해 들어가면

雖幽必顯(수유필현) : 비록 유현한 내용이라도 반드시 드러난다

世遠莫見其面(세원막견기면) : 세대가 멀어 작가의 용모(容貌)를 볼 수 없어도

覘文輒見其心(첨문첩견기심) : 문장을 읽으면 바로 그 마음을 볼 수 있으니

豈成篇之足深(기성편지족심) : 어찌 기성의 작품이 심원하다고만 하겠는가

患識照之自淺耳(환식조지자천이) : 관조가 천박함을 근심할 뿐이다

夫志在山水(부지재산수) : 사람의 마음이 산이나 냇물에 있으면

琴表其情(금표기정) : 가야금 소리는 그 심정을 드러낸다고 하는데

況形之筆端(황형지필단) : 하물며 그 심정이 붓끝에서 형상되는데

理將焉匿(리장언닉) : 문장 논리가 장차 어디에 숨을 수 있겠는가

故心之照理(고심지조리) : 그러므로 마음이 관조하는 이치는

譬目之照形(비목지조형) : 눈이 물체의 형상을 관찰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目瞭則形無不分(목료즉형무불분) : 눈이 명료하면 물체가 식별되지 않음이 없고

心敏則理無不達(심민즉리무불달) : 마음이 기민하면 문장 논리는 통달되지 않음이 없다

然而俗監之迷者(연이속감지미자) : 그러나 세속의 감식안이 미망(迷妄)한 사람 때문에

深廢淺售(심폐천수) : 심오한 작품은 펴기되고 비천한 작품만 팔린다

此莊周之所以笑折楊(차장주지소이소절양) : 이것이 <장주(莊周)>가 <양절곡(折楊曲)>의 유행을 조소하고

宋玉所以傷白雪也(송옥소이상백설야) : <송옥(宋玉)>이 <양춘백설(陽春白雪)>의 몰이해를 슬퍼하는 까닭이다

昔屈平有言(석굴평유언) : 옛날 <굴평(屈平)>의 말에

文質踈內(문질소내) : “문장이 순수하고 내용에 통하는데

衆不知余之異采(중불지여지이채) : 대중은 나의 이채로움을 알지 못한다.”라고 하였다

見異唯知音耳(견이유지음이) : 이채로움을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바른 감상자뿐이다

揚雄自稱心好沈博絕麗之文(양웅자칭심호침박절려지문) : <양웅(揚雄)>은 스스로 “마음으로 침중하고 넓고 뛰어나고 아름다운 문장을 좋아한다.”라고 했는데

其事浮淺(기사부천) : 그가 부박하고 미천한 작품을 문제시함을

亦可知矣(역가지의) : 또한 알 수 있다

夫唯深識鑒奧(부유심식감오) : 오직 깊은 식견으로 작품의 심오성을 관조할 수 있어야

必歡然內懌(필환연내역) : 문학작품에서 환연히 내면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譬春臺之熙衆人(비춘대지희중인) : 비유하면 봄날의 누대에서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樂餌之止過客(악이지지과객) : 음악과 음식이 지나는 나그네를 멈추게 하는 것과 같다

葢聞蘭為國香(개문란위국향) : 내가 듣기에는 난초(蘭草)가 나라의 향기지만

服媚彌芬(복미미분) : 사람의 옷에 배어들어야 더욱 향기로워 진다

書亦國華(서역국화) : 문학적인 글도 나라의 화려한 꽃이지만

翫澤方美(완택방미) : 음미함이 풍부하게 되어야 완미(完美)해지니

知音君子(지음군자) : 비평가인 지성인들은

其垂意焉(기수의언) : 이 이곳에 마음을 두어야 할 것이다


贊曰(찬왈) : 찬한다

洪鐘萬鈞(홍종만균) : 일만 근의 무게의 거대한 종은

夔曠所定(기광소정) : 옛날의 명장인 기광(夔曠)이 조율한 것이다

良書盈篋(량서영협) : 좋은 책이 상자에 가득 차도

妙鑒廼訂(묘감내정) : 기묘한 감식안을 가져야 바로 가려낸다

流鄭淫人(류정음인) : 저속한 정나라 음악은 사람을 음란하게 하니

無或失聽(무혹실청) : 혹 잘못 들음이 없게 하라

獨有此律(독유차률) : 오직 이러한 기준을 가질 때만

不謬蹊徑(불류혜경) : 정도의 지름길을 밟는 오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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