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에 소개된 <당신, 연암>입니다.
2012. 10. 13. 12:20ㆍ연암 박지원 평전
'조선의 삼류 선비' 연암 그의 순결한 양심 재조명
2012-10-13 [07:55:28] | 수정시간: 2012-10-13 [07:55:28] | 18면
▲ 연암의 손자 박주수가 그린 연암의 초상.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이지만 기록으로는 박주수도 연암을 보지 못했고 '과정록'에 보이는 연암의 아들 종채의 기록과도 사뭇 얼굴이 다르다. 푸른역사 제공 |
연암 박지원의 평전 '당신, 연암'을 내놓은 고전문학자 간호윤도 박제화된 평전 문화로 연암을 제대로 말할 수 없다고 본다. 간호윤은 학부 졸업논문으로 연암과 만나 지금껏 그 끈을 놓지 않은, 국내에서 연암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전문가 중 한 명. '개를 키우지 마라' '종로를 메운 게 모조리 황충일세' 같은 저서도 연암 관계서다. "전쟁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고 법고창신의 글쓰기를 주창해 온 연암의 평전은 달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한준·정조·이씨 부인 등
필자 11명 내세우고
문장·성정 등 4개로 분류
실학자 연암의 삶 재구성
나라에 대한 깊은 사랑과
선비로서의 고뇌 등
재능과 힘겹던 삶 풀어내
아닌 게 아니라, 연암의 삶은 너무도 입체적이어서 단순한 평전으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저자는 연암이 말한 '틈의 역학'을 빌어온다. 연암은 "모든 천지사물이 제각각이기에 반드시 틈이 있게 마련"이라고 봤으며, "인간 역시 결함이 있고 이 결함이 상대나 상황에 따라 선과 악, 호와 불호라는 양가성을 띤다"고 생각했다.
저자에게도 연암은 "누구에겐 전염병을 옮기는 문둥이요 오랑캐며 삼류선비였고, 누구에겐 천하의 명문장가요 청렴한 벼슬아치이며 조선의 미래를 이끌 이요, 누구에겐 한없이 자상한 아비요 남편"이므로 조금은 독특한 평전을 내놓게 됐다. 바로 필자 11명을 내세워 연암의 삶을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그 필자란 연암과 앙숙이던 유한준, 연암을 인정하고 배려한 정조, 연암이 평생 사랑한 이씨 부인 등으로 연암의 경쟁자이고 벗이며 연인이고 후손이다. 물론 글과 기록이 바탕이지만 그들의 시선이었을 거라는 상상이 가미됐다.
당신, 연암 / 간호윤 |
책은 '문장' '성정' '학문' '미래'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연암의 삶을 풀어낸다. '문장'에서는 문장으로 빛났고 문장으로 버거운 삶을 살아낸 연암을 연암과 평생 각을 세운 유한준, 정조, 박규수 등을 통해 그려낸다. 사대부의 글과는 달랐던 연암의 글을 조목조목 되짚는 유한준의 평가, 연암과 연암의 글과 시대를 논하던 정조의 꿈, 연암을 놓고 벗들과 한바탕 설전을 벌이는 박규수를 통해 "종로를 메운 게 모조리 황충이야!"라고 일갈하던 연암의 재능과 버거운 삶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연암의 '성정'은 신분 고하는 물론이고 미물까지 가리지 않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백동수의 청지기였다가 연암을 오래 모신 청지기 오복, 연암이 사랑한 이씨 부인, 둘째 아들 박종채가 필자로 나선다.
연암으로부터 '마장전'을 듣고 난 오복의 평가가 이랬다.
"연암 어른에게 마장전을 듣고 '참 글이 별거 아니로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나 그때까지 글은 공자님과 맹자님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다.(…) 내가 잘 아는 따라지 목숨들이 글에 나오다니, 더구나 못하고 더할 것도 없는 거지 중에 상거지 아닌가."
'학문'에선 글쓰기를 전쟁처럼 대한 연암이 매번 글을 지을 때마다 보여줬다는 처남 이재성의 얘기가 이어진다. '가장 참지 못한 것은/ 두루뭉술 인물을 상대하는 일/ 굽은 바늘 썩은 겨자씨 무리들/ 모두들 너무 미워하였네'라고 연암의 제문을 쓴 이재성이다. 이재성은 연암의 글이 "조선이란 '닫힌 사회'를 글이란 '열린 형식'으로 사유의 매듭을 풀어나갔으므로, 후세에 널리 읽히리라는 것을 믿는다"고 평한다.
연암도 직접 등장한다. 글을 쓴 이유를 풀어놓고 조선에 대한 사랑과 벗 이야기, 선비로서의 고뇌를 풀어놓는다. 평생 '구차(苟且)'라는 말을 가장 싫어한 연암은 자신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단호하다. "나는 냄새 나는 똥주머니로 이 땅에서 예순아홉 해를 산 조선의 삼류선비다."
저자는 지식인조차 책 따로 나 따로 살아가는 오늘날, 순결한 양심을 간직한 연암의 삶과 글이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마지막 당부이자 질문을 던진다.
"수많은 이가 연암을 책상 한 귀퉁이에 올려놓고 언죽번죽 글을 써대지만 제 삶의 일부라도 연암처럼 사는가? 아니, 살아 보려고는 했는가? 누구에게 개만큼이라도 정을 줘 봤는가? 나 역시 말(斗)들이 자괴감을 되질하며 붓을 놓는다." 간호윤 지음/푸른역사/356쪽/1만 5천 원
.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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