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소개된 <당신, 연암>입니다.

2012. 10. 13. 11:59연암 박지원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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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쇠똥냄새 나는 삼류 선비일세

  • 박돈규 기자
  • 입력 : 2012.10.13 03:05

     
    당신, 연암
    간호윤 지음|푸른역사|356쪽|1만5000원

    "연암의 글은 다 싫다. '민옹전(閔翁傳)'에서 양반을 해충인 메뚜기에 비유한 것이나 '양반전(兩班傳)'의 '쯧쯧! 양반은커녕 일 전어치도 안 되는구려'라는 입찬소리는 양반에게 독을 품은 말이다. '호질(虎叱)'은 더욱 괴탄하니 참으로 난장 맞을 일이다."

    당대의 문장가 유한준(1732~ 1811)은 박지원(1737~1805)의 문체와 사고를 비판하며 "양반 중 위선적인 사대부에게 퍼붓는 연암의 불편한 심기를 글줄마다 동행할 작자는 없다"고 단언한다. 정조 임금도 소설, 특히 연암체를 탄압하기 위해 '문체반정(文體反正)'의 깃발을 든다.

    이 책은 연암 박지원의 일생에 비평과 상상을 곁들인다. 연암과 동시대를 산 인물과 그의 후손 등 11명을 내세워 인간 연암을 읽는다. 평생 청지기 노릇을 한 김오복, 곁에서 궁핍을 견딘 이씨 부인, 둘째 아들은 물론 연암도 몸소 필자로 등장한다.

    죽음이 임박한 날 쓴 글에서 그는 자신을 "냄새 나는 똥주머니로 예순아홉 해를 산 조선의 삼류 선비"라 칭한다. "…나는 쇠똥구리로서 쇠똥을 사랑할 뿐, 여룡(검은 용)의 구슬은 관심이 없다. 조선이 내 삶의 시작이요 끝이며, 조선이 내 글쓰기의 원인이요 종결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연암 전문가다. 열한 번째 시선을 보여주는 그는 "연암에게 문학이란 현실 참여의 방법이며 자신의 포부를 펼치는 장이었다"고 말한다. 순정문학자들은 연암의 글이 잡스럽다며 '패설체'라 사악시했지만, 연암은 풍자와 해학 저 밑에 뜻을 묻었다는 것이다.

    연암의 글과 뜻 사이를 해석하는 것은 그래서 어렵다. 교과서에 박제된 박지원만 기억하는 독자들이 환호할 만한 책이다. 시선은 입체적이고 전개는 흥미진진하며 글맛까지 웅숭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