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고소설 > 인천일보 기사입니다

2010. 8. 24. 17:51간호윤의 책들/아름다운 우리 고소설(2010년)

책속에서 우려낸 맛깔난 풍자·해학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 | 간호윤
2010년 08월 22일 (일) 19:40:23 김진국 freebird@itimes.co.kr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야기에 웃고 이야기에 울며 꿈을 꾸었다. 한국인들은 왜 이야기를 좋아했을까. 왜 읽고 쓰는 것을 즐겨했을까.
책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김영사·840쪽)은 한국의 삶과 사상에서부터 문화와 역사, 민중의 희로애락까지 고소설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 한다.
이 책은 고소설의 개념, 용어에서부터 작품론, 작가론까지 누구라도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우리 옛이야기로 가득하다.
고소설에는 세상의 위선을 비틀고 세상의 부패에 맞선 선인들의 지혜부터 양반에 대한 풍자와 해학, 선악의 대립, 계모와 처첩간의 갈등, 모정에 대한 그리움, 가난조차 웃음으로 뒤집는 위트가 담겨 있다. 이 책은 10세기 전기소설 '온달전'부터 20세기 초 구활자본 '김인향전'까지 우리 고소설을 맛있게 요리해낸다.
고전문학가 간호윤박사는 300여 권 이상의 참고문헌과 도판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이고 상세한 설명과 탁월한 분석을 책에서 보여준다.
고소설의 저자들은 대다수 억눌리고 소외된 사람들이었다. 한문 소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작가들 또한 한문에 능한 양반계층이었으나 김시습, 박지원, 김만중과 같이 뛰어난 재주를 펴지 못하거나 김소행 같은 서얼신분이 많았다. 우리 고소설은 이들의 존재증명서와도 같은 것이었고 '비분함을 붓으로, 강개함을 먹으로 삼아 쓴' 글줄이었던 것이다.
작가들이 한 계층에만 한정돼 있지 않듯이 독자 또한 어느 특정인에게 머물지 않았다. 궁중과 여염집 여인, 양반과 서민, 스님 등 신분과 계층을 초월해 두루 사랑받았다. 고소설은 '사탕수수' 맛이나 '끼워 먹는 간식'의 맛에 비유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언문소설을 빌리기 위해 비녀와 팔찌를 판 부녀자들, 영웅이 억울한 죽임을 당하는 대목을 듣다가 전기수를 죽인 광적인 독자, 시어머니 상중에 소설을 읽다가 쫓겨난 며느리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책을 직업적으로 읽어주는 남자인 '전기수', 책을 파는 '책쾌', 책을 읽어주는 여자인 '책비' 등 고소설과 관련된 인물들 또한 고소설이 당대 인기를 끌 수 있도록 한 동인이었다.
여기에 그간 별로 조명되지 않았던 고소설을 최초로 알린 벽안의 이방인들, 소설을 통해 조선을 읽은 일인 통역관들도 고소설의 세계화에 가세했다. 알렌(H. N. Allen) 박사는 가장 먼저 외국에 우리 고소설을 알린 푸른 눈의 이방인이다. 그는 '춘향전' '심청전' '흥부전'을 최초로 번역해 서양에 알렸다.
이 책은 고소설에 대한 명쾌하고 재밌는 해설도 잊지 않는다. 18세기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베스트셀러는 무엇일까. 정조대왕은 왜 소설수입금지령을 내렸을까. 고소설에는 왜 꿈이 많이 등장할까. 조선 제일의 로맨스 소설은 무엇일까. 이 책은 한마디로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소설에 대한 호기심을 풀어주는 친근한 고소설 입문서다.
'삼한습유' '구운몽' '전우치전' 등 판타지 소설부터 '임장군전' '임진록' '최치원전' 등 역사 소설 속에 담긴 재미와 감동, 해학과 풍자의 미학도 만난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과 단테의 '신곡'부터 '해리포터' '나니아연대기'까지 서양의 고전, 신화와 판타지소설을 넘나들며 우리 고소설을 비교·해부하고 있기도 하다. 3만2천 원
/김진국기자 freebird@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