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고소설> 한국일보 관련 기사입니다

2010. 8. 21. 10:50간호윤의 책들/아름다운 우리 고소설(2010년)

'장화홍련전' 허씨가 최고 추녀인 건…
[한국일보] 2010년 08월 20일(금) 오후 09:09   가| 이메일| 프린트
아름다운 우리 고소설/간호윤 지음/김영사 발행ㆍ840쪽ㆍ3만2,000원
두툼한 책 한 권에 우리 고소설에 대한 정보가 두루 담겼다. 고등학교 교사 출신의 국문학자인 간호윤씨가 "고전문학에 대한 책은 학생이나 일반인들이 보기에 너무 어렵거나, 혹은 너무 수준이 떨어지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사실이 안타까워 썼다"는 이 책은 대중성과 학문적 깊이를 모두 겨냥했다.

고소설의 정의와 용어 등을 정리한 고소설론에서 출발해 작가론, 작품론, 배경론, 문화론까지 다루는 가운데 10세기의 전기소설 '온달전'부터 20세기 초 '김인향전'까지 수많은 고소설을 녹여냈다. 각 장이 개별적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어 굳이 순서를 따지지 않고 관심 가는 대목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작품론에서는 최초의 금서 '금오신화', 최초의 민중소설 '임진록', 최고의 베스트셀러 '조웅전' 등 작품마다 타이틀을 붙여 흥미를 자아내고, 배경론에서는 고소설 속 최고의 추녀와 추남, 불한당 등을 꼽아본다. 추녀 부문에서는 '박씨전'의 박씨와 '장화홍련전'의 허씨가 선두 다툼을 벌인 끝에 허씨가 선정된다. 문화론에서는 속담이나 그림, 놀이 등 생활 속으로 전파된 고소설의 영향력을 살펴본다.

저자가 고소설에 박수만 보내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효를 내세운 '심청전'이나 계모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조장하는 '사씨남정기' 등 고소설 속에 담긴 유교 사회의 억압적 시선을 지적하기도 하고, '홍길동전'이 정말 허균이 지은 것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조선 문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으나 소설만큼은 철저히 배척했던 정조, <조선소설사> 등의 저서로 우리 고소설을 최초로 정리했지만 남로당 활동으로 처형당해 오랫동안 묻혀있었던 국문학자 김태준(1905~1949), '춘향전'과 '심청전'을 번역해 서양에 알린 의사 알렌 등 고소설과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