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밤나무와 너도밤나무

2009. 11. 7. 18:53삶(각종 수업 자료)/나의 이야기

 

이야기 하나,

 

능가산에서 본 ‘나도밤나무’입니다.

‘나도밤나무’라는 이름이 신기하여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나도밤나무과’의 낙엽활엽 교목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나도밤나무’는 해안 또는 산골짜기에서 자라며 높이가 10m에 달하고, 줄기는 곧게 올라가며 나무껍질은 갈색이라는 군요. 꽃은 6월에 흰색으로 피고 9월에 콩알만한 새빨간 열매가 줄줄이 달린답니다. ‘밤나과’인 밤나무와는 비슷도 안 한데 왜 이름이 ‘나도밤나무’인가 했더니, 잎 모양이 살짝 비슷해서 인 듯합니다.

그런데 ‘나도밤나무’에는 이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옛날 깊은 산골에 가난한 부부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몇 월 며칠까지 밤나무 1천 그루를 심지 않으면 호랑이한테 물려 가는 화를 당할 것이라는 계시를 받는다. 그 날부터 부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주위에 자라는 밤나무는 모조리 캐다가 열심히 심었다. 그러나 999그루를 심고 마지막 한 그루는 아무래도 채울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산신령이 말씀하신 운명의 시간은 다가오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이때 이율곡 선생이 갑자기 나타났다.(‘율곡(栗谷)’이란 호가 ‘밤나무골’이어서 이 율곡 선생을 끌어 온 듯하다. ) 이 율곡 선생이 가까이 있는 한 나무를 지팡이로 가리키면서 “네가 밤나무를 대신하렴.”하였다. 드디어 호랑이가 나타나 999까지 세자, 율곡 선생이 가리킨 나무가 썩 나서며 “나도 밤나무요!”하였다. 호랑이 눈으로서야 ‘그게 그것이라.’ “천!”하고는 그냥 가버렸다. 그때까지 이름이 없던 이 나무를 사람들은 ‘나도밤나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나도밤나무’ 덕분에 가난한 부부가 살았습니다. 살다보면 ‘99%’의 노력으로도 모자라는 일이 많다는 것을 자주 경험하더군요. 그때 1%를 채워 줄 ‘나도밤나무’가 필요하겠지요. ‘나도밤나무’라고 썩 나서 줄, ‘그 사람’. ‘그 사람’을 만나려 우리는 999그루의 나무를 오늘도 심는 것 아닐까요?

이야기 둘,

‘나도밤나무’만 있는 줄 알았는데, ‘너도밤나무’도 있군요.

너도밤나무는 오직 울릉도 성인봉의 높은 곳에만 자라는 특별한 나무랍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참나무과’에 속하니, ‘나도밤나무’와 ‘밤나무’와도 또 다릅니다. 다만 약간 작고 통통하게 생긴 잎이 그래도 밤나무잎과 비슷하다고 여긴 듯합니다.

각설하고, ‘나도밤나무’에 ‘너도밤나무’까지 만난다면 참 ‘세상사는 맛’이 여간 아닐 겁니다.

 

2009. 11. 7.

휴헌 간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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