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0. 25. 16:10ㆍ글쓰기/글쓰기는 연애이다
나는 피조물(被造物)이 아니다.
며칠동안 몇 사람을 만났습니다. 가장 많이들은 말 셋만 추리자면, ‘돈 만능’, ‘썩은 정치’, ‘교육 지옥’입니다. 그리고 이야기 끝에는 꼭 이런 말이 따라붙습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사람들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라고 말입니다.
나 역시도 ‘사회적 통념이나 문화’라는 장벽에 부딪칠 때면 어김없이 하는 소립니다.
생각할 것도 없이 ‘어쩔 수 없다’는 부정사 류의 통사구조로 자연스럽게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얕은꾀입니다.
‘피조물(被造物)’의 사전적 정의는, ‘조물주(造物主)에 의해서 만들어진 모든 만물’을 이릅니다. 인간이기에 이 사전적인 정의까지야 부정할 수 없다지만, 내가 ‘사회적 통념이나 문화’의 피조물이 아니란 점은 단언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세상을 사는 자연인으로서 개별적인 존재입니다. 나는 나로서 가치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가 아닌, ‘난 너와 동일해야 해’에는 내가 없습니다. 내가 없는 나는 내가 아닙니다.
현실이 제아무리 두렵더라도 대항할 것이 있습니다. 도덕이니, 예의니, 진실, 신의, 정의 따위는 그래 내가 소중히 지켜야 할 것들입니다. 나는 피조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화와 관습이 나를 창조한 것이 아닐진대, 내가 ‘사회적 통념이나 문화’의 지배를 받아들일 이유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일부 못된 이들의 생각이, 말이, 행동이 ‘사회적 통념이나 문화’가 된 경우를 너무 자주 봅니다. 저들은 결코 내 신이 아닙니다.
2008. 10.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