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시집』을 보다가
『한산시집』을 보다가 이 봄, 벙그레 꽃망울 터지듯 웃는다. 한산은 스님이라는 데 스님치고는 장난기(?)가 여간 아니다. 총명한 놈 명줄은 아주 짧고 (聰明好短命) 바보같은 놈 도리어 오래살아 (癡騃卻長年) 멍청한 놈 재물이 넘쳐나는데 (鈍物豐財寶) 깨쳤다는 놈은 무일푼이로구나 (醒醒漢無錢) 내가 연구하는 실학파 분들은 대부분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찰가난꾼들이다. 그중, 간서치 이덕무와 영재 유득공이 있다. “내 집에 가장 좋은 물건은 『맹자』 7책뿐인데, 오랫동안 굶주림을 견디다 못하여 돈 200닢에 팔아 밥을 잔뜩 해 먹고 희희낙락하며 유득공에게 달려가 크게 자랑하였소. 그런데 영재 역시 굶주림이 오랜 터이라, 내 말을 듣고 즉시 『좌씨전(左氏傳)』을 팔아 그 남은 돈으로 술을 사다가 나에게 마시게 ..
2022.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