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2)
-
우물 속 달빛 길어 올리기
글 읽다 고려 대문호 이규보(李奎報) 시를 본다. -(이규보)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 산중이 달빛을 탐해 竝汲一甁中(병급일병중) : 물길 때 함께 담았다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 절에 이르면 바로 알겠지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 병 기울이면 달도 없다는 것을 현자들은 말한다. 욕심 내려놓으라고. 이 세상에서 가져 갈 것 아무 것도 없다. 물에 비친 달빛 보았으면 됐지 무에 물병에 담아가나. 담아간들 제 것이 되든가. 육신조차 잠시 빌려 쓴 것이거늘. 목숨 마치는 날, 육신조차도 내 것이 아니다. 육신뿐이랴. 부모자식, 형제, 연인, 모든 인연(因緣)도 그렇게 헤어지는 이연(離緣)인 법. 인연 있을 때 잘하라할 밖에.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아주 심기 불편케 한 사람도 별일 아니다. 저 이를 몇..
2022.10.21 -
인연(因緣)과 이연(離緣), 그리고 이별(離別)에 대한 변증법-우리는 이별 중
“아버지! 죄송합니다.” 울컥’ 눈물이 핑 돌았다. 아버지 산소에 절을 올렸다. 밀레를 잡수시기 전 마지막 절이다. 18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다. 보모 자식으로 맺은 인연이 이연이 된지 벌써 그렇게 되었다. 오늘 밀레를 하고 화장을 잡수시니 내 마음이 울적하지만 새삼 눈물이 흐를 리 없다. 비로소 나는 아직도 아버지를 잊지 못했고 그렇게 이별 중이란 사실을 알았다. 나와 맺은 모든 인연은 이연이고 이연은 이별이다. 인연은 반드시 주체인 이쪽과 객체인 저쪽이 있다. 객체인 저쪽이 사람일 수도 사물일 수도 있다. 사람이건 사물이건 나와 맺은 인연은 모두 인연이 끊어지는 이연이 된다. 항구여일한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 자식 간이건 부부이건 친구이건, 내가 좋아하는 만년필이건 꽃이건, 모든 인..
202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