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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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를 찾아 떠나는 글 여행>
by 커버 > 작가명 클릭">휴헌 간호윤방금 아침마다 책상에 앉으면 책 한 권을 찾아든다. ‘시마(詩魔,시 짓게 하는 마귀)’를 혹 만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시, 거문고, 술을 아주 좋아하여 삼혹호(三酷好)라 자호한 이규보(李奎報,1168~1241) 선생의 를 다시 읽는다. 선생은 처음엔 질박하고 문채가 없으며 순수하고 정직하던 사람인데 시의 요사함에 빠지면 말이 괴상하고 글이 춤추며 만물이 현혹되고 사람이 놀라게 된다. 이것은 다른 게 아니라 ‘마귀가 들어서’라며 다섯 가지 이유로 쫓아내려 한다. 그 다섯 가지는 이렇다. 첫째, ‘세상과 사람을 현혹시켜 아름다움을 꾸미게 하며, 요술을 피우고 괴이한 짓을 하여 비틀거리며 열렸다 합했다 하며, 혹은 우렛소리가 나고 뼈마디를 녹게 하고, 혹은 바람이 맞부딪..
2025.01.01 -
<설색백어지(雪色白於紙)> 눈이 종이 보다 희길래
" 눈이 종이 보다 희길래" 고려의 대문장가인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란 시 첫구다. 세상이 하얗게 솜이불을 덮은 날, 벗을 찾았나보다. 그러나 주인은 없고, 눈 위에 이름 자만 일필휘지 한다. '‧백‧운‧거‧사‧이‧규‧보' 바람아! 내 벗님이 오기 전에는 절대 쓸어버리지 마시게. 눈빛이 종이보다 더욱 희길래 (雪色白於紙) 채찍 들어 내 이름을 그 위에 썼지(擧鞭書姓字) 바람아 불어서 땅을 쓸지 마렴 (莫敎風掃地) 주인이 올 때까지 기다려다오 (好待主人至) 내일이 동지(冬至)이다. 밤새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꽃이다. ‘천화(天花)’가 피었다. 선인들은 눈을 ‘하늘에서 내리는 꽃’이라는 뜻으로 '천화'라하였다. 눈송이가 여섯 모의 결정이라 ‘육출화(六出花)’라고도 한다...
2022.12.21 -
우물 속 달빛 길어 올리기
글 읽다 고려 대문호 이규보(李奎報) 시를 본다. -(이규보)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 산중이 달빛을 탐해 竝汲一甁中(병급일병중) : 물길 때 함께 담았다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 절에 이르면 바로 알겠지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 병 기울이면 달도 없다는 것을 현자들은 말한다. 욕심 내려놓으라고. 이 세상에서 가져 갈 것 아무 것도 없다. 물에 비친 달빛 보았으면 됐지 무에 물병에 담아가나. 담아간들 제 것이 되든가. 육신조차 잠시 빌려 쓴 것이거늘. 목숨 마치는 날, 육신조차도 내 것이 아니다. 육신뿐이랴. 부모자식, 형제, 연인, 모든 인연(因緣)도 그렇게 헤어지는 이연(離緣)인 법. 인연 있을 때 잘하라할 밖에. 그러고 보니 요 며칠 아주 심기 불편케 한 사람도 별일 아니다. 저 이를 몇..
2022.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