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기우도(仙人騎牛圖)를 보며
대선 후, 언론을 절연했다는 이들이 꽤 많다. 심기가 불편해서란다. 세상을 버릴 수 없으니 보고 듣는 것만이라도 막고자 함이다. 나도 TV 선을 묶어버렸다. 가만 생각해보니 '속세의 신선'을 자처함이다. 문득 김홍도(金弘道, 1745~1806(?))의 '선인기우도'가 떠오른다. 선인기우도仙人騎牛圖 탕건을 쓴 선비가 소를 타고 한가로이 거닐고 있다. 그런데 소의 눈망울과 선비의 시선이 비껴있다. 소는 제 갈길 위해 앞만 보고 소 잔등에 걸터앉은 탕건 쓴 선비는 소 걸음 아랑곳없이 놔두고 깊은 상념에 잠겼다. 낮술 한 잔 드셨나 본데 저 멀리엔 물새만 난다. 김홍도는 못다 한 마음을 중앙에 이렇게 놓아두었다. 꽃 떨어져 강물 위로 흐르는 데 새는 한가히 울어대고 落花流水閒啼鳴 아무 일도 없으니 땅 위의 신선..
2022.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