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몽니, 바보와 바람>
한 바보가 살았습니다. 모양새는 바보가 아닌데 늘 행동은 바보였습니다. 어찌 보면 말을 얼더듬는 것도 아니요, 얼뜬 것도 아닌 되바라진 면도 없지 않으나 결과는 족족 현실과는 엇나가는 바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그날은 태양의 흑점도 녹아내릴 듯한 삼복더위가 갖은 요량의 심술을 부릴 때였습니다. 나뭇잎은 오그라지고 오그라지다 바스러지려 하였습니다. 바보의 얼굴도 몸도 온통 땀방울로 덮였고 심신은 늘어질 대로 늘어졌습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것은 샛바람도, 하늬바람도, 마파람도, 된바람도 아닌 어느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이었습니다. 그것은 천둥이요, 벼락같은 바람이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았어도 바보의 마음은 물보라가 일고 풍랑이 몰아치고 물보라가 소용돌이치고 물거품으로..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