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몽니, 바보와 바람>

2021. 10. 12. 08:23카테고리 없음

<사람들의 몽니, 바보와 바람>

 

한 바보가 살았습니다. 모양새는 바보가 아닌데 늘 행동은 바보였습니다. 어찌 보면 말을 얼더듬는 것도 아니요, 얼뜬 것도 아닌 되바라진 면도 없지 않으나 결과는 족족 현실과는 엇나가는 바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그날은 태양의 흑점도 녹아내릴 듯한 삼복더위가 갖은 요량의 심술을 부릴 때였습니다. 나뭇잎은 오그라지고 오그라지다 바스러지려 하였습니다. 바보의 얼굴도 몸도 온통 땀방울로 덮였고 심신은 늘어질 대로 늘어졌습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것은 샛바람도, 하늬바람도, 마파람도, 된바람도 아닌 어느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이었습니다. 그것은 천둥이요, 벼락같은 바람이었습니다. 바람이 불지 않았어도 바보의 마음은 물보라가 일고 풍랑이 몰아치고 물보라가 소용돌이치고 물거품으로 하얗게 덮여버렸습니다.

 

그날부터 바보는 한 여름 열사병처럼 불어 온 바람병을 앓았습니다. 어느 순간 바보는 그 바람이 자신을 그렇게 아껴주던 할머니와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러자 바람은 새털처럼 가볍고 보드라운 비단결 같은 자유로운 바람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보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따뜻하고 포근한 바람이었습니다. 바람은 조용히 바보의 가슴에 둥지를 틀고 앉았습니다. 

 

바보에게 바람이 왔습니다만 바보는 여전히 바보였습니다. 아니, 바보는 더욱 바보가 되어갔습니다. 늘 생각과 말은 빗나가기 일쑤였고 늘 세상과 엇박자를 빚었습니다.

 

하지만 바람은 바보가 바보가 아닌 숫접은 사람임을 알았습니다. 그래 바보라 불렀지만 바보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바람은 바보를 곱게 쓰다듬고 안아주고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고 다가갔습니다. 바람은 바보를 곱게 비다듬어 주었습니다. 바람은 바보가 더 이상 바보가 아님을 알려주었습니다.

 

바보는 점차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좀되고 좀스러운 바보가 가끔은 세상에 맞대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제 바보가 엇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바람은 단호하게 사람들의 몽니라 하였습니다. 바보가 빙충맞은 얼뜨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