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22. 09:19ㆍ신문연재/인천신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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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92
헌법재판을 보며; 전문가의 죽음과 체병 공화국 - 콩나물신문
‘사람에게는 세 가지 체병이 있다’라는 매우 흥미로운 우리 속담이 있다. 풀이하자면,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 모르면서도 아는 체하고, 없으면서도 있는 체하며, 못난 주제에도 잘난 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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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93
헌법재판을 보며: 전문가의 죽음과 체병 공화국
‘사람에게는 세 가지 체병이 있다’라는 매우 흥미로운 우리 속담이 있다. 풀이하자면,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 모르면서도 아는 체하고, 없으면서도 있는 체하며, 못난 주제에도 잘난 체한다’이다. 이러니 ‘없는 놈도 있는 체, 못난 놈도 잘난 체’하여 실속 없는 놈도 허세를 부린다. 우리나라 사람은 너무 체면을 차린다는 말로 ‘조선 사람은 낯 먹고 산다’라는 속담도 있으니 이쯤이면 과연 ‘체병의 나라’임에 틀림없다.
사전에는 ‘-체’가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이라 설명하고 있다. 즉 진실이 아닌 상반된 행동을 할 때 쓰는 부정적인 말이다. 그런데 이 속담에 SNS의 확산이 부정을 긍정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체’하는 데, SNS만 누르면 알고 싶은 게 모두 뜨니 굳이 전문가를 찾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체병’을 보균하였기에 전문가들의 말을 더 이상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너나나나 할 것 없이 이 나라 백성은 모두가 다 전문가다.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모르는 게 없다. 여기에 요즈음 대통령 탄핵을 변론하는 이들의 변론을 보면 과연 ‘전문가’들이 맞나?하는 생각마저 든다. 비 전문자인 내가 보아도 궤변에 궤변을 늘어놓으니 말이다. 마치 ‘고려 적 잠꼬대’ 같이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말 같지 않은 소리를 버젓하게 법정에서 한다.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만 보아도 그렇다. 1시간 내내 부정선거·혐중 음모론 재탕하거나 상대의 말에 딴지걸거나 말꼬투리를 잡고 법정에서 제 마음대로 퇴장도 서슴지 않았다. 한 변호사는 “선거관리 시스템이 변함없이 공정하게 작동되지 않으면 국민들은 정당한 대의기관이 아니라 불의한 세력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들과 연결된 해외 주권 침탈 세력에 의해 국가 주권이 예속돼 이중으로 노예 같은 처지에 떨어지게 된다”는 황당무계한 장광설을 두서없이 펼쳤다. 또 한 변호사도 “국회가 우리나라 국익에는 해롭고 중국에는 이로운 결과를 초래하는 입법 활동과 정책 활동을 하고 있다”고 억지를 내세웠다. 법률에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저 전문가[변호사]들이 내세우는 ‘12.3 계엄령’을 선포한 윤 대통령 측 논리라는 게 참 우스꽝스럽다.(역시 군사 전문가인 한 군인이 당시 707 특임대원이 휴대한 ‘케이블 타이’가 ‘포박용’이 아닌 ‘문 봉쇄용’이라는 주장에는 고소를 금치 못한다.)
톰 니톨스의 『전문지식의 죽음(The Death of Expertise)』이라는 책이 있다. 니콜스는 구(舊) 소련 문제에 대한 전문가란다. 그는 SNS에서 러시아에 관해 자기를 가르치려 드는 ‘비전문가’들에 화가나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가 이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니톨스는 그래 『전문지식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듯한 모양새지만 꼭 그러할까? SNS에서 보고 들은 지식은 전문지식이 아니고 그러한 사람들은 전문가가 아닐까?
나 역시 국문학(고전서사)을 공부하는 전문가이다. 하지만 전문지식을 지닌 전문가가 결코 우리 국문학계를 이끌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문학을 한다는 전문가가 차고 넘치지만 겨우 100~200부를 출판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국문학(고전서사)은 전문가들의 책상머리에 올라오며 <춘향전>, <홍길동전>, <심청전>, 등 몇 작품만 남고 모조리 사라졌다.
대한민국은 ‘체병의 나라’이다. 그러니 정치인이니, 변호사니, 학자니, 군인이니…하는 전문가들이여!-‘체병의 나라’ 국민을 우습게 여기지 마시라. SNS까지 뒤져 옴니암니 따지고 드는 비전문가들이 당신들의 자리를 대체할지도 몰라서다. 헌법재판을 보며, 전문가의 죽음과 체병 공화국을 곰곰 생각해 보는 오늘이다.
*덧붙임: 참 그 분야의 전문가인 이는 이 글과 관계없다. 또 저 좋아하는 SNS만을 보고 광신적으로 믿는 ‘사이비 체병 환자’들도 이 글과 무관하다.)
헌법재판을 보며: 전문가의 죽음과 체병 공화국 - 인천신문
‘사람에게는 세 가지 체병이 있다’라는 매우 흥미로운 우리 속담이 있다. 풀이하자면, ‘똑똑하지 못한 사람이 모르면서도 아는 체하고, 없으면서도 있는 체하며, 못난 주제에도 잘난 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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