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8. 15:09ㆍ신문연재/인천신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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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헌(休軒) 간호윤(簡鎬允)의 ‘참(站)’75
75. ‘오빠’와 ‘그들’의 눈물
“담화를 읽어 내리는 박 대통령의 눈가에 눈물이 스쳤다. 여당 대표는 이 담화를 보고 아주 펑펑 울었다 한다. 총리로 지명 받았다는 김병준 총리 내정자도 기자들과 대화 중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훔쳤다. 국정을 ‘농단(壟斷)’한 최순실은 아예 울음보를 터뜨렸고 엊그제 귀국한 차은택도 눈물을 흘렸다.” 2016년 11월 12일. 13:40에 내가 쓴 「광화문광장을 다녀와」란 글 서두이다. 이로부터 채 5개월을 이틀 남겨둔,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대통령 박근혜 탄핵 소추안을 인용해 대통령직에서 파면하였다. 그 시작은 박근혜 대통령의 주변인인 ‘최순실과 전 남편 정윤회 비선 실세 권력 개입’이라는 보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박관천의 황당한 ‘권력서열’ 강의」란 주제의 ‘동아일보 기사’(2015.01.07) 내용이다. “수사 초기 박 경정[박관천]은 한창 조사를 하던 검사와 수사관에게 뜬금없이 “우리나라의 권력 서열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면서 박근혜 정부의 권력 지형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고 한다. “최순실 씨(정윤회 씨 전 부인이자 고 최태민 목사 딸)가 1위, 정 씨가 2위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는 황당한 내용이었다.” 기사는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은 황당한 내용’이라 했지만 사실이었고 박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이로부터 10년도 못 되어, 이번에는 아예 서열이 아니라 ‘김건희 왕국’이 등장했다. 이 ‘왕국’과 연관하여 근 한 달째 ‘명태균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휘몰아친다.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지가 뭘 안다고” 명태균 씨가 공개한 카톡 내용이다. 대통령실에서 서둘러 ‘오빠’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 친오빠라고 해명하자 명 씨는 JTBC에서 “(대통령이) 맞다. 스토리도 봐라. 대통령이지 않느냐”고 거듭 밝혔다. 마치 ‘오빠를 찾습니다’, ‘오빠는 풍각쟁이’라는 유랑 극단을 보는 듯하다. 15일 CBS 인터뷰에서도 명 씨는 김 여사와 카톡 대화 내용을 언급하며 “내가 알기로는 그런 거 한 2000장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통령실에서) 사적 대화라고 하니까 내일은 공적 대화를 올려줄까”라며 “대통령이 ‘체리 따봉’ 하는 것도 있다. 내용은 나보고 ‘일 잘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홍준표 당시 후보보다 윤 후보가 2%p 앞서는 결과를 만들어달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명 씨 녹취가 공개됐다. 여론조사 조작임에 분명하고 여파는 일파만파이다. 이 여론 조작은 대선까지 9일 전까지 이어진다.
국정 개입 증거도 있다. 지난해 3월 15일 오전 10시, 윤석열 대통령은 제14차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가첨단산업단지 14곳 선정’이었다. 국가의 명운과 이권이 개입되었기에 극비리에 진행되었다. 하지만 회의는 물론 발표 하루 전인 2023년 3월 14일 오후 3시 51분, 이미 명 씨는 이를 알고 있었다. 명 씨가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현수막을 제작하라는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돼서이다
이쯤이면 ‘농단(壟斷)’이란 말은 맞지 않는다. ‘농단’은 『맹자』 ‘공손추’에 보인다. 한 상인이 ‘높은 언덕’(농단)에서 시장에 무엇이 부족한 지 등을 살펴 폭리를 취했다는 말이다. 거래를 좌지우지하여 사사로이 이익을 독차지한다는 정도의 뜻이 ‘농단’이다. 하지만 국가 권력을 쥐락펴락하여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기에 턱도 없는 소리다.
나라의 병이 골수에 든 작금의 상황에 맞는 말은 ‘방벌(放伐)’아ퟄ다. 방벌은 임금이 악정(惡政)을 하면 내쫓아서 죽여도 거리낄 바 없다는 뜻으로 전통적인 동양의 왕조 교체 통념이다. [현대 국가에서는 이 방벌을 순화하여 ‘탄핵’이라 한다] 걸왕(桀王)이 말희(妺喜)와 주왕(紂王)이 달기(妲己)에 빠져 각각 탕왕(湯王)과 무왕(武王)에 의해 방벌을 당했을 때 그들과 그들의 주변에서 권력을 향유했던 자들도 분명 눈물을 흘렸다. 물론 박 대통령도 파면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날, ‘탄핵의 눈물’을 흘렸으리라. 저 ‘오빠’와 오빠의 곁에 있는 ‘그들’이 당장 눈물보를 터트린들, 조금도 어색할 것 같지 않은 작금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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